문재인 대통령은 매년 9월 유엔총회에 나가 기조연설을 한다. 그는 2017년 9월 21일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부터 북한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그 해 유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북한을 “불량 정권”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다음 날 연설에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도 트럼프의 “태도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뒷받침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지지한다면서도 “우발적 군사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동맹국 방어를 위해선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는 트럼프의 경고를 반대한 것이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의 “다자주의 대화” 방식을 제의했다. “다자주의 대화“는 북한이 중국과 함께 요구해 왔던 것이고 미국과 일본은 반대했던 대안이다. 문 대통령은 ‘다자주의 대화’를 지지하고 트럼프의 북한 ‘파괴’경고를 반대함으로써 북한 대변인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 대변인 노릇은 그 다음 해인 2018년 9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더욱 두드러졌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띄워주고는 “북한은 우리의 바람(핵폐기)과 요구에 화답했다”며 “이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해제해 줄 “차례”라는 말이었다. 김정은이 할 말을 문재인이 대신해 준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 수석 대변인’ 역할은 올 9월 유엔 기조연설에서도 되풀이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작년 9.19 군사합의 이후 단 한 건의 위반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올 5월 4일부터 9월 10일까지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10차례나 발사 도발했다. 이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모두 사정권에 둔 북한의 5월~9월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은 9.19 군사합의 정신 위반이다. 9.19 합의서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5월~9월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적대행위 전면 중단’을 명시한 9.19 군사합의서 위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북한의 9.19 합의 위반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 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남북간에 “평화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 5000만은 남한 전체를 사정권에 둔 북한 단거리미사일 발사의 굉음 속에 밤잠을 설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김정은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김의 보답은 핵 폐기가 아니었다. 미국의 대북제재 전면 해제만을 요구했다. 미국의 반대로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자, 김은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그만 두라”며 머슴 나무라듯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북한은 문 대통령의 남북평화·경제협력 구상과 관련,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대소(하늘을 보고 크게 대소)할 일”, “맞을 짓 하지 말라”, “겁먹은 개” 등 개 꾸짖듯 했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 수석 대변인” 노릇은 도리어 김에 의해 아첨꾼으로 간주돼 멸시 모독만 당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을 더 이상 김정은 대변 기회로 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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