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축구(soccer)가 아닌 미식축구(football)에 열광할까
미국은 왜 축구(soccer)가 아닌 미식축구(football)에 열광할까
  • 장성훈 기자
  • 입력 2019-09-30 04:44
  • 승인 2019.09.3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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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이 되면 미국 전역이 들끓는다. 고등학교 경기가 전국 곳곳에서 일제히 열리기 때문이다. 경기에 출전하는 아들을 둔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고교 고교 동문들도 대거 경기장을 찾는다. 경기가 끝나면 폭죽쇼가 펼쳐지기도 한다. 글자 그대로 축제분위기다. 

하루 뒤인 토요일이 되면 한술 더 뜬다. 이번에는 대학교 경기다. 대학교 경기는 보통 정오부터 시작되는데 저녁에 경기하는 팀들도 있어 거의 하루 내내 경기가 있다고 보면 된다. TV를 틀면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방송까지 온통 이들 대학교 경기를 중계한다. 
경기장 열기는 용광로가 따로 없을 정도로 뜨겁다. 수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모교 또는 원정 온 팬들로 가득찬다. 

광란의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면 이번에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를 한다. 분위기는 프로라 그런지 대학 경기보다는 묵작하다. 

전국에 32개 팀밖에 없긴 하지만 경기에 대한 열기는 대학교를 능가한다. 어떤 TV방송국은 오전부터 그날 경기하는 팀들의 전력을 분석하며 바람을 잡는다. 경기는 저녁 늦게까지 열린다. 
일요일이 지나면 좀 수그러질 것 같은 열기는 그러나 웬걸. 월요일까지 이어진다. ‘월요일 밤의 경기’라는 게 있어서다. 요즘에는 ‘목교일 밤의 경기’도 있다. 팬들은 화요일과 수요일만 참으면 매주 5일을 풋볼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다름 아닌 가장 미국다운 스포츠인 미식축구 이야기다.

프로야구로 1년의 반을 보내는 미국인들은 나머지 반을 미식축구 보는 낙으로 산다. 프로야구를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등극한 지도 오래 됐다. 야구에 월드시리즈가 있지만 미식축구의 슈퍼볼에 비할 수 없다. 

슈퍼볼은 매년 1억 이상의 미국인이 만사를 제쳐놓고 TV 앞에 모여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날 하루 소비하는 돈은 무려 15조가 넘는다. 경기 전후 이들이 먹어 치울 피자는 무려 1,200만 판이나 된다. 30초짜리 TV 광고 하나가 평균 60억 원을 넘는다. 

우리가 보기에는 정말 재미없어 보이는 미식축구가 미국에서는 왜 이리 인기가 있을까? 

우선 외형적으로 봐도 참 특이한 스포츠다. 복장부터가 다른 스포츠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농구의 경우 아래 위 간단한 유니폼만 걸치면 끝이다. 그러나 미식축구는 마치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주인들이나 쓸만한 헬멧도 그렇고, 어깨부터 발끝까지 온갖 보호대로 장식된 유니폼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인 또는 외계인의 모습 그 자체다. 

경기 내적인 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구성되어 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다. 일종의 ‘땅따먹기’ 경기다. 4번 공격해서 10야드를 전진하면 계속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하면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겨주게 된다. 이렇게 각축을 벌여 상대 진영 맨 끝을 누가 더 많이 점령했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미국인들은 10야드 전진하는 과정과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 열광한다. 사실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전쟁에서의 전략들을 연상케 한다.

 
러닝백이 뛰어드는 모습은 육군의 보병 저격사단이 뚫린 구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전면전을 닮았고, 패싱으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 장면은 미사일 공격 또는 공군의 공습과 비슷하다.  미식축구 경기에서는 또한 군사용어가 여과되지 않은 채 사용된다. 수비 전술 중 하나인 브리츠(Blitz)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기갑사단들의 전격전을 일컫는다. 긴 패싱을 뜻하는 폭탄(Bomb),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지대에 설치한 위험지역을 의미하는 레드존(Red Zone), 자기 진영으로부터 가능한 먼 곳에서 상대가 공격하도록 만드는 임무를 맡은 선수들을 말하는 자살특공대(Suicide Squad)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러니 태생적으로 전쟁을 통해 발전해온 미국이 미식축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역사와 문화가 지닌 진취성과 호전성이 미식축구에 고스란히 남아있기에 미국인들이 미식축구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 편의 전쟁영화와도 같은 슈퍼볼 경기를 통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또 그보다 더 센 것을 추구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장성훈 기자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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