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이 도시에 긴 시간을 투자하는 여행자는 별로 없다. 유럽 여행이 늘 그러하듯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타박타박 걷는 산책이 류블랴나에서는 최고다. 차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도로에 ‘그린 시티’라는 명성에 걸맞은 싱그러움이 매력. 한 바퀴 걷고 나면 아담한 도시가 주는 만족감에 미소가 번진다.
 
 
화려한 아르누보 양식 드래곤 브릿지
 
트리플 브릿지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은 드래곤 브릿지를 반드시 찾아간다. 다리 양쪽 끝 4곳에 화려한 용 모양의 청동상이 곧 날아갈 것처럼 앉아있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동상들은 포토제닉할뿐더러 용은 류블랴나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도시의 문장에도 용이 있고, 시청 꼭대기에서도 금색의 용을 찾을 수 있다. 그저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처녀가 이 다리를 건너면 용이 갑자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죠!” 1901년에 건설된 이 다리에 얽혀 있는 우스꽝스러운 전설도 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드래곤 브릿지가 구시가지의 보행자 도로가 막 끝나는 곳이라 늘 교통이 복잡하다는 거다. 용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주변 도로 상황에 신경 쓰길.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랜드마크 류블랴나 캐슬
 
만약 이 도시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짧은 여행자라면 900년 이상 도시를 굽어보고 있는 류블랴나 캐슬로 향하길. 구시가지 어디에서든 올려다볼 수 있는 류블랴나의 가장 주요한 랜드마크이자 도시의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여행의 시작, 혹은 마무리하기에 완벽한 곳이 아닐 수 없다. 11세기 무렵 축성됐으나 현재 여기서 가장 오래된 구조물은 16세기의 것. 1511년 대지진 이후에 새로이 건설됐기 때문이다. 성 내부에 위치한 ‘슬로베니아 역사박물관’은 초기 로마 시대부터 중세, 19세기, 세계대전, 그리고 유고슬라비아 시절과 독립을 이루기까지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또한, 파스텔 톤의 프레스코화로 뒤덮인 성 조지의 예배당과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꼽는 고스틸나 나 그라두, 기념품 상점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알찬 시간을 보내기 좋다.
 
류블랴나 최고의 전망대 워치타워
 
19세기 도시의 주요한 감시탑 역할을 했던, 캐슬의 정원 남쪽에 우뚝 선 워치타워. 1813년 프랑스 군대에 의해 허물어진 탑은 나중에 다시 지어진 후 화재 감시를 위해 쓰였다. 95개의 계단을 빙빙 돌아 탑 꼭대기에 오르면 도시의 광활한 풍광이 360도로 한눈에 담긴다. 앞서 산책하며 둘러봤던 광장이며, 다리, 교회, 시장 할 것 없이 구시가지의 모든 것, 더불어 사바 강과 도시 근교의 산골 마을 캄니크 알프까지 전부 다 감상할 수 있는 류블랴나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다소 높은 건물이 없는 류블랴나에서 언덕 위에 솟아있는 이 워치타워보다 좋은 전망대는 없다.
 
고풍스러운 옛 거리 올드 타운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어 낡은 향기가 폴폴 나는 동네. 류블랴나의 구시가지에서도 콕 집어 ‘올드 타운’이라고 부르는 지역이 있다. 성이 있는 캐슬 힐과 도시를 관통하는 강물 사이, 메스티니 광장, 스타리 광장, 고르니 광장 등 세 곳이다. 광장이라 이름 붙었지만 자갈로 된 도로가 매력적인 골목으로결국은 함께 붙어있는 하나의 길. 고즈넉한 분위기의 골목을 따라 잘 보존된 중세시대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걷다 보면 마치 동화책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프레셰렌 광장과 류블랴나 캐슬, 센트럴 마켓 주변에서 맴돌곤 하는데, ‘올드 타운’이야말로 류블랴나에서 지나치면 절대 아까운 장소다. 건물마다 꽤 괜찮은 카페, 레스토랑, 부티크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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