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지난해 11월 시행됐다. 이는 고위 공직자(국회의원, 장차관, 1급이상 고위 공직자 및 재경부·금감위 4급 이상)는 자신을 비롯한 배우자 직계자손이 보유한 주식이 시가기준으로 3,000만원 이상일 경우 매각내지 금융기관에 신탁을 받도록 하고 있다.이로 인해 국회의원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은 직무에 연관된 주식은 포기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1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판정을 받을 경우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대상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각액 ‘천차만별’

현재까지 주식매각을 많이 한 인사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64억9,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중에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이 90억원 어치를 매각해 수위를 달렸다.진 장관의 뒤를 이어 정부측 인사로는 박준영 방송위 상임위원이 5억4,800만원, 이한선 중앙경찰학교장이 5억4,000만원으로 2, 3위를 차지했다.하지만 진대제 장관의 경우 장관직 수행을 위해 포기한 170억원 상당의 스톡옵션까지 포함할 경우 234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각한 셈이다.

반면 국회의원 중에는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이 87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했고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20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 중에서 주식보유량 순위를 보면 신철식 기획예산처 실장이 100억원대가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여전히 진대제 장관이 30억원대의 주식이 남아 있다.진 장관에 이어 주식을 두 번째로 매각한 박준영 위원도 여전히 10억원대의 주식이 있고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도 8억7,000만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참여연대 조사결과 드러났다.

국회의원 ‘명암’ 엇갈려

시민단체에선 국회의원들의 백지신탁과 관련, 직무성을 해당 상임위에 한정하는 것은 범위가 너무 좁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2,000억원대의 현대 중공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통외통위 소속으로 직무심사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판명나면 주식을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측근들은 밝혔다.한나라당 제주도지사 후보로 영입된 현명관 전 삼성물산 사장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될 경우 삼성생명 28만800주(시가 51만원 장외거래)주식평가액이 1,43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삼성물산 스톡오션 20만주(행사가 1만4,500원)와 6,229주의 현물 주식을 포함하면 가히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비견할만하다. 하지만 단체장이라는 직무성과 관계없음을 판정받을 경우 강제 매각 대상은 아니다.아울러 보건복지위 문병호 의원은 삼성전자, 하나은행 등 10여종의 주식(6억8,000만원)에 대해 ‘직무와 상관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농해수위의 한광원 의원과 건교위 주승용 의원은 각각 삼성중공업 등 상장주식(1억2,000만원)과 지역 정미업체 화성산업(주) 주식(1억2,000만원)에 대해 ‘업무연관이 없음’을 판정받아 매각하지 않게 됐다.이에 대해 시민단체 일각에선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와 관계없이 모든 주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직무 관련성의 범주를 더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주식백지신탁제란 ◆ 고위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쳐 재산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 주식을 신탁기관에 맡기게 하는 제도다. 주식백지신탁 대상자는 국회의원과 장·차관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이며,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 등 주식 관련 공무원은 4급이상 공직자다. 주식백지신탁 하한선은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3,000만원 초과다. 이에 따라 주식백지신탁 대상자들은 행자부 산하에 설치되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에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결정한 때를 제외하고는 이를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위임해야 한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3명은 국회가, 3명은 대법원장이 추천한다. 주식백지신탁 대상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식의 매각·백지신탁을 하지 않거나, 대상자가 신탁자와 해당 주식 관련 정보를 교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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