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뉴시스>

 

참 별난 대통령이다. 이런 괴짜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누가 뭐라 하든 ‘마이 웨이’다. 달변인데다 사업 수완도 남달라 역대 대통령 중 ‘거래’를 가장 잘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SNS 정치에도 능숙하다. 겉으로는 상대를 온갖 미사여구로 칭송하지만 속에는 뭣이 들어있는지 그의 최측근들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관리가 있다면 가차 없이 잘라버린다. 심지어 외국 관리가 자신을 비난해도 그 나라에 압력을 가해 사임시키기도 한다. 주류 언론사들이 일제히 자신을 공격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되레 그들에게 ‘가짜뉴스 공장'이라는 독설을 퍼붓는다. 이렇게 적을 많이 만들고 있는 대통령도 드물다. 그야말로 천방지축 ‘악동’이 따로 없다.
그런데도 그는 나름 인기가 좋다. 국정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직전 대통령에 비해 오히려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긍정적인 여러 경제 지표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미중 무역적자 폭을 줄이고 있는데다 해외로 도망갔던 굵직굵직한 자국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등의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다. 해외 대기업들의 공장들을 국내에 유치해 자국 국민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이렇듯, 경제에 특히 민감한 국민들이 바닥을 헤매던 경제가 좋아지고 있느니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와 관련된 온갖 스캔들이 난무해도 용서한다. 마치 연기를 아무리 못해도, 노래를 아무리 못 불러도, 잘 생기고 예쁘기만 한 연예인은 무조건 용서가 되듯이 말이다.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 이야기다. 
초강심장을 가진 듯한 그는 심지어 자신이 치른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스캔들이 터져 야권에서 탄핵 이야기가 나왔는데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궁지로 밀어넣으려는 민주당에 공세적이었다. 
결국 그에 대한 탄핵 이야기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살아있는 권력을 조사하기란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됐다는 미국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론들은 그런 그를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의미인 ‘언터쳐블’이라고 불렀다. 
‘언터쳐블’은 1989년 개봉한 미국 영화 제목이기도 한데, 경찰 등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막강 권력을 쥐고 있던 갱단의 두목 알 카포네를 한 특수 조직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끝내는 체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구에서도 ‘언터쳐블’이란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주로 강속구나 변화구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투수를 일컫는다.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이 이번 시즌 그런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양지가 음지 되듯 ‘언터쳐블’ 역시 ‘터쳐블’이 된다. 영화도 그렇고 야구에서도 결국에는 그렇게 되는 게 순리다. 
그래서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언터쳐블’에서 ‘터쳐블’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트럼프가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한 행위를 둘러싼 의혹이다. 이를 계기로 그에 대한 미국 의회의 탄핵 절차가 본격화됐다. 야당인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조사를 시작하기로 천명한 것이다. 
미 하원의 외교위원회, 정보위원회, 정부감독개혁위원회 등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국무부 소속 관료 5명에 대한 의회 진술을 요청했다. 민주당의 공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빠르면 10월말 탄핵소추안 표결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가 된통 걸려든 것같은 분위기다.
여론조사 결과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 과반 이상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응답이 55%, 찬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였다. 또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이 42%,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6%, '아직 말하기 이르다'는 응답은 22%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트럼프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는 이 엄중한 시기에 유명 골프 선수들과 한가롭게 라운딩하는 여유를 보였다. 자신은 결코 탄핵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실제로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상원의 탄핵재판까지 가결돼 연방의회에서 탄핵이 결정된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한 명도 없긴 하다. 트럼프는 탄핵조사에 대해 ‘사기’라고 맹비난하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말 그의 말대로 ‘사기’일까? 대통령 편이 되어줘야 할 공화당에서도 탄핵 조사에 찬성하는 의원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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