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신임 외교통상부 장관과 관련된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난 97년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 망명 때 밀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황장엽 사건은 세상을 놀라게 한 ‘뜻밖의 사건’이었다. 분단 시대 반세기를 지내오는 동안 상식과 고정 관념을 뒤엎으며 터져 나온 뜻밖의 사건들이 한 두 차례가 아니었건만, 국민들은 그의 망명에서 반상식적인 ‘의외성’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 과정에서 반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중국 측은 황씨의 망명이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 황씨를 제3국에서 한 달간 체류토록 할 것을 요구했다.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던 반 장관은 김영삼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필리핀 라모스 대통령을 만나 황비서의 체류를 요청, 한 달 뒤 황씨의 망명을 성사시켰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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