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 지사직까지 사퇴한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전국구 정계진출설, 대권 도전설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열린 우리당 입당 이후 그의 역할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이에 김혁규 전지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그의 행보와 관련해 일고 있는 다양한 궁금증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우리당 입당시기는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나.
▲1월초에 입당할 예정이다.

-우리당에서 맡은 소임은 무엇인가.
▲입당하면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이 국민들 속에 하루 빨리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을 다할 생각이다. 현재 당에서 특정한 직위나 특별한 업무를 사전에 보장받지는 않았다. 자리나 직위에 관계없이 여당다운 안정감과 책임감있는 정당으로 만드는 일과 당의 외연을 넓혀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하는 일에 노력할 것이다.

-우리당 소속으로 내년 경남 등지에서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지역구 출마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 소속 출마자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도록 전국을 다니며 지원하고, 후원하는 일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김 전지사를 ‘경남 창원을’에 보내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와 함께 3파전을 치르며 열린우리당의 바람을 일으키게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빅배틀(큰 전쟁)’ 방침과 배치되는 것인데, 마찰은 없겠는가.
▲당과 이미 역할을 두고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경남의 경우 어떤 기준보다 당선 가능성을 우선하여 공천하여야 할 것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들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에서부터 열린우리당의 지지세를 부산을 거쳐 경북으로 북상시키는 역할을 하겠다.<

b>-탈당발표 전 YS와 사전교감이나 논의가 있었나.
▲오랫동안 모셨던 분이기에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의논을 했다. 김 전대통령은 만류를 했지만 정치 개혁과 지역으로 분할된 정치구도의 타파, 대통령께서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는 측면에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

-당시 YS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김 전대통령은 신중한 행보를 권했다. 행정을 하면서 쌓아온 명성이 정치권에 발을 내디딤으로써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다. 김 전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 것이다. 특히 어떠한 경우라도 모셨던 분을 배신하거나, 바람에서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동안 모셔온 것처럼 잘 모실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어떤 경우든 의리를 지켜왔다.

-동반 탈당키로 했던 일부 시장·군수가 뜻을 같이 하지 않아 실망했다고 하던데 그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줄 서기와 어느 쪽이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 유리할 것인지 눈치보기의 전형이다. 본인의 탈당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쪽에서 단속도 했겠지만, 후임 도지사 공천문제와 국회의원 공천에서 어느 쪽이 자신에게 좋은지 눈치보기를 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지사에 당선된 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우리당에 입당해 정치도의적인 문제가 대두될 것 같다. 한나라당에선 정치개혁을 할 수 없다는 뜻인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되었기에 탈당하면서 도지사직까지 사퇴한 것 아닌가. 한 때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사람으로 돌아섰다고 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재임 중에도 서로간의 가치관 차이 때문에 갈등을 많이 겪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당에 대한 기여도였다. 나는 도지사직을 잘 수행해 도민들로 하여금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는 것이 최대 기여라고 생각하고 정말 헌신적으로 일했다.

그 결과 전국 광역단체 중 중하위권에 속했던 경남을 3년 연속으로 전국 최우수도로 만들었다. 도민들의 도정 만족도 역시 언제나 70%에 이르렀다. 그런데 당에서는 이런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다른 정치적인 것을 요구했다. 나로서는 들어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행위자로 몰렸다. 세상에 어떤 공당이 당내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것 자체를 가지고 해당행위로 몰고 3선 도지사 공천까지 위협하는가. 이런 당의 모습을 보고 나는 공천신청도 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에서 제발 공천을 받아달라고 했다. 이제 한나라당도 정치인 개개인의 이익이나 당의 이익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펼치길 바란다.

-한나라당 탈당, 우리당 입당과정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씨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이 나섰다고 하던데 한나라당 탈당 등과 관련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보장 받았나.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밝힐 것이 있는데, 도지사 사퇴 결심을 하기 전 정치권 누구와도 접촉한 적은 결코 없다. 김 전장관의 말을 들어보면 정치개혁에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나를 필요로 했다고 본다. 이강철씨는 내가 결심을 한 후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매우 합리적이고 소탈한 사람이었다. 그 역시 지역구도 탈피를 위해 나와 같은 사람이 당에 들어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보장 부문 역시 누구에게 하나. 노 대통령이 거가대교 기공식에 참석했을 때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고향에서 환영받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나라도 나서서 대통령을 도와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결단을 내렸다.

-일부에선 부처의 입각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대권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대권에 대한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제발 이런 말이 안나왔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만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차기를 말할 때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을 도와야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과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 정치개혁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나.
▲구체적인 정치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다만 경제문제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몇 가지 건의한 적은 있다. 특히 우리 경제구조에 있어 한꺼번에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기는 힘들므로 차근차근 진행을 하자고 건의했는데 노 대통령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내년 총선 때 PK지역에서 우리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정치변화를 바라는 국민적인 욕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특히 이번 선거는 안정이냐 불안이냐, 발전이냐 퇴보냐, 성장이냐 침체냐, 번영이냐 몰락이냐, 깨끗한 정치냐 부패한 정치냐를 선택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이러한 변화욕구를 수용한다면 의미있는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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