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창립된 미국보수주의협회(ACU,The American Conservative Union)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보수주의 정치 후원 및 압력단체다. 지난 10월 2일 기자회견장에서는 한미보수연합대회(KCPAC, Korea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2019)에 참석하는 인사들의 의견발표가 있었다. 이들은 “좌파 세력에 의해 대한민국의 자유가 공격당하고 있다”며 “한국 보수집단들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고든 창 미국 변호사는 “한국이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자유를 공격당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도 같은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에 대항하는 보수세력이 연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든 창 변호사는 “많은 정책이 실패해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만약 여권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대한민국의 헌법 수정이 가능해져 국민의 자유와 한국의 존립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월 9일 이후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이 완전히 두 나라로 쪼개졌다.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편 가르기’가 5,000만 국민을 두 동강냈다. 한국 사회는 좌우 이념 및 진영 대결로 완전히 갈라섰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이성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 들어설 여백이 없다. 피의자의 컴퓨터 반출은 “증거 보전”이 됐고, 압수수색은 “인권 탄압”이 됐다.

조국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쪽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 검찰 수사를 반대하는 쪽과 지지하는 쪽, 검찰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쪽과 공정의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는 쪽이 서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지난 9월 28일 대검찰청 앞에선 좌파 지지층이 모여 ‘정치검찰 물러나라’, ‘공수처 설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으며, ‘조국 수호’를 외쳤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측은 일부 언론, 여당과 손잡고 참가 인원을 처음에는 1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수십 분 뒤에 100만 명, 200만 명으로 부풀려 발표했다.

집권 세력의 촛불집회에 대응해 자유 우파도 10월 3일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3년 전의 촛불이 태극기로 대체됐다. 300만 명이 모여서(자유한국당 주장) ‘문재인·조국 OUT’ ‘지키자! 자유 대한민국’을 외쳤다. 10.3 광화문 집회는 사실상 2016년 ‘탄핵촛불’의 재현으로 공수(攻守)가 뒤바뀐 우파판(版) 촛불집회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이렇게 많은 군중이 모인 집회는 일찍이 없었다.

연합집회에 모인 자유 우파는 자유한국당과 우리 공화당, 기독교 단체,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를 비롯한 우파 시민단체들이다. 이 같은 연합집회는 과거에 전례가 없었고, 우파의 대동단결을 위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최근 1인 시위와 삭발에 이어 검찰에 자진 출석한 황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가 자유 우파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는 증좌다.

황 대표는 지난 10월 1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황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상정 폭정에 맞서 투쟁할 것을 격려’한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며 “검찰은 제 목을 치고 거기서 멈추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중단을 요구하며 의원들의 방패막이를 자처한 황 대표의 처신에서 ‘장지장(將之將)’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황 대표는 “불법에 평화적으로 저항한 것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황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신적인 내전(內戰)을 치르고 있다. 이것은 탄핵을 통해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직접 민주주의를 중시한 업보(業報)이며, 예견됐던 후폭풍이다. 문 정권은 대한민국의 국정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그 결과 민생경제, 한·일 경제전쟁, 한미동맹, 북핵문제 같은 산적한 현안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이것을 정상국가라 할 수 있는가. 국가 분열과 진영 간 대결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조국 장관보다 민심을 선택해야 하며, “팽배한 참여 욕구에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이 떨어지면 국가는 무너진다”고 한 고(故)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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