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회피하는 교회 측···“이영훈 목사도 사건 내용 알고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뉴시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자신의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했던 박모 전 목사는 지금도 2억 원이 넘는 개척지원금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돌려주지 않았다. 등기 변경, 목회 활동 중단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박 전 목사의 성폭력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유모 목사는 선교사 대기로 발령났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여러 의혹에 대해 침묵을 일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는 교회개척국 관계자에게 언론보도를 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피해자가 첫 목소리를 낸 지 수년, 박 전 목사의 면직·제명 조치 이후로는 1년이 지날 동안 제대로 된 행동도 취하지 않은 교회가 피해자에게 요구한 것은 침묵이다.

나영이가 조두순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게 종교계 현실”···성폭력·미투, 언론플레이만?

나는 음란과 색욕을 따르지 않고 거룩한 삶을 삽니다. 내안에 부어주신 성령님의 능력으로 사랑하며 삽니다.” 친조카를 성폭행하려 했던 박 전 목사가 지난 20116월에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 게시물 글이다.

순복음가족신문에 실린 박 씨의 개척 교회 정보
순복음가족신문에 실린 박 씨의 개척 교회 정보

그는 20년 전 자신의 조카인 이유나(가명·당시 중학교 3학년)씨를 이 씨의 집에서 성폭행하려 했다. 사건 발생 11년 후 올린 박 전 목사의 게시물만 보면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회개를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씨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 한 번의 사과 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는 싸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당초 이 씨가 바랐던 것은 진심어린 사과였을지도 모른다.

면담 신청에도

핑곗거리만

지난 2018717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언론에 미투 및 성폭력 목사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폭력과 미투 관련 목회자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청원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밝힌 내용이다.

당시 주요 교단에서 구체적으로 성폭력 처벌 안건을 구체적으로 통과시킨 것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순복음 교단) 여의도총회가 처음이었다.

기하성 여의도총회는 청원안 통과로 성폭력 관련 사안이 접수될 경우 곧바로 관련 목회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성폭력 예방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CBS 방송으로까지 노출됐다.

그러나 이는 언론플레이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피해자의 목소리는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문 앞에서 박 전 목사 면직을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피해자 이 씨 제공]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문 앞에서 박 전 목사 면직을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회견은 680여 개의 시민단체들이 공동주최했다. [사진=피해자 이 씨 제공]

이 씨는 지난해 680여 개의 시민단체 등과 함께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했음에도 하나도 변한 게 없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질적으로 박 전 목사를 문서상으로만 면직했을 뿐이지 박 전 목사는 예전 건물 그대로 목회 활동을 하고 있고, 목사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유 목사가 선교사 대기된 상황을 인지하고 교회개척국과 전화통화를 했을 때 관계자에게 말씀드렸더니 나한테 ‘(현재 상황을) 다 알고 계시네요라고 하더라.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듯이 말한 것이다. 박 전 목사가 목회 활동 이어가는 것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우리가 못 막죠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관계자는 여러 언론에 교회 건물이 노출돼, 교회(박 전 목사의 주다스림교회) 부동산 매매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억 원 환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하지 말라는 얘기까지 했다면서 “1년이 지나도록 방치해놓고는 이제 와서 침묵하라는 셈이다. 난 계속 싸울 것이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필요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전 목사를 감쌌던 유 목사는 현재 선교사로 발령 대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목사를 감쌌던 유 목사는 현재 선교사로 발령 대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이영훈 목사에게 직접 면담 신청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목사의 비서에게 여러 내용을 설명하자 면담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했다고 한다. 이 씨는 이 목사의 비서와 여러 차례 통화를 나눴고 1시간이 넘도록 얘기를 한 적도 있다. 비서는 이 목사에게 사실을 꼭 전달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이 목사의 일정을 핑계로 면담 자체가 흐지부지됐다. 그럼에도 이 씨는 여의도순복음교회 홈페이지에 수차례 글을 올렸지만 다른 글에 대한 답변만 달릴 뿐 자신의 글에는 답변이 전혀 달리지 않아 회원을 탈퇴했다. 추후 연락도 오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 씨는 조용기 목사 상담 창구에도 글을 올린 바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교단법에는 변화의 모습이 없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관계자는 이영훈 목사가 밝힌 성폭력·미투 관련 강력 처벌건에 대해 교단 측에 이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단 측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1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만들어지거나 규정된 것이 없는 셈이다.

이 씨는 장로교, 감리교 등등 성폭력 관련해 상담소를 세우고, 처벌을 하고, 성폭력과 관계돼 있는 목회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식으로 방송과 신문에만 보도하고 현재 아무 것도 이뤄지는 게 없다면서 제일 도덕·윤리적이어야 하고, 깨끗해야 하고, ‘주의 종이라는 타이틀까지 건 목회자가 성범죄자인 경우, 목회 활동 중지 등 제대로 된 조치를 하는 교단이 없다. 조두순(가해자)에게 나영이(피해자)가 직접 찾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밖에 없는 게 현재 종교계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교회 내 성폭력

심각한 수준

교회 내 성폭력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지난 20181월부터 12월까지 접수·지원했던 사건을 토대로 상담 통계를 집계한 결과 목회자-교인 간 성폭력 접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접수된 총 86(96) , 목회자(목회자 및 선교단체 리더)가 교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총 51(59%)으로 전체 사건의 과반을 넘는다.

가해자 직분별로는 담임목회자가 33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목회자(부목사·전도사), 선교단체 리더, 교수도 24, 6, 4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센터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이 가해자 개인의 일탈, 비행이 아닌, 불평등한 권력 구조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비()교단보다 정통교단 소속 가해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는 24%에 달했다. 전체 상담 건수의 4분의 1가량이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인 셈이다. 권력 구조 아래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을 가능성을 둔다면 훨씬 많은 피해자가 교회 내에서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다시 교회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일요서울은 박 전 목사, 성폭력 사실을 묵인한 유모 목사 등과 관련한 여러 질의를 지난달 10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에 전달했다. 교회 홍보국 측은 당초 공문까지 요청하며 윗선에 보고 및 세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나 2주 후 돌연 이미 교회와 교단 총회에서 면직됐고, 재산 회수는 절차를 밟고 있으므로 더 이상 답변할 것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유 목사에 대한 의혹은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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