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주장한 보수 대통합이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당초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대통합이 전제조건이었지만 현재로선 당내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일단 조국 논란이 보수 대통합의 양날의 검이 돼 버렸다.

당초 조국 논란을 틈타 반조국 반문재인 정국으로 대통합을 이루려고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오히려 ‘조국 블랙홀’에 빠져 보수대통합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한국당 지지율도 조국 정국 초기에는 조금 오르다 다시 20%대로 떨어지는 등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대통합’을 부르짖던 당 지도부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황교안 당대표는 조국 정국이 당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를때만 해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통합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와사는 기득권 단어 대신 ‘소의’, ‘문호’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2일 황 대표는 보수 대통합 관련 “누구든 되고 누구는 안 된다. 이렇게 할 상황이 아니다.우리가 대의 앞에 소의를 내려놓고 힘을 합쳐야 한다”느니 “한국당은 문호를 활짝 열고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문을 열어놓고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기득권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은 통합 대상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 있는 세력의 인적청산 의지도 후퇴한 모습이다.

황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본 뒤 보수 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통합을 하더라도 선거제 변경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여러 보수당이 각개약진해서 나중에 힘을 모으는 게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황 대표와 한국당은 영남권 의원들의 주장처럼 한국당 중심, 황교안 중심의 보수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합 대상인 우리공화당을 제외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는 한국당·황교안 중심의 보수대통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당 통합의 한 대상인 유승민 의원 역시 사석에서 “한국당이 헤쳐모여식 통합이 아니면 참여할 뜻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신당창당 카드로 손학규 대표를 압박하고 한국당 발 보수대통합 논의가 주춤한 사이 역공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통합 대상인 안철수 전 대표는 당분간 국내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의 주도권을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유승민 의원은 바른미래당내 28명 의원 중 안유계인 15명을 규합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을 구성해 독자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 발 보수대통합이 무산된다면 안유가 중심이 돼서 당 밖 우파 시민단체를 비롯해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홍정욱 전 의원 등 당 밖 중도합리적 보수세력과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현 보수 진영을 보면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은 확실히 옛말이 된 듯하다. 말이 각자도생이니 결국 선거에서는 분열된 쪽이 단일대오에 패하게 돼 있다. 이럴 경우 보수 진영은 내년 정권 심판론은 커녕 ‘선거 4연패(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의 치욕을 당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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