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경제 침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인한 중도층 이탈, 장외 집회를 통한 보수 결집 등 현재 야권에는 호재가 많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안감이 감지된다. 바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국 정국으로 인해 대여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어, 겉으로는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면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동력이 떨어지거나 당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면 향후 황교안-나경원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원들도 “황 대표는 중도하차할 수 있고, 나 원내대표는 임기 연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등의 뒷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뉴시스]

- 장외투쟁 ‘영양제’ 맞았지만 패스트트랙-조국 정국이후 교체론 솔솔
-의원들 ‘황교안-나경원 체제 총선까지 가느냐’ 질문에 “지켜봐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삭발투쟁을 한데 이어 ‘패스트트랙’ 여야 충돌과 관련해 지난 1일 검찰에 자진출석했다. 황 대표는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 “당대표인 저는 패스트트랙 폭동에 맞서 당에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격려했다”며 “책임이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대표인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제 목을 치십시오. 그리고 거기서 멈추십시오”라며 한국당 의원 등에게는 검찰 출석 통보에 응하지 말라고 했다. 황 대표가 검찰 소환 대상이 아니지만 첫 번째 주자로 자진출석한 것을 두고 자신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황 대표가 지나치게 장외투쟁에만 매달리고 있고, 당 지지율도 상승하지 않아 황 대표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고개를 들던 때이기도 했다.

황교안, 당내 리더십 논란 장외투쟁+자진출석 불식

또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고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한 대규모 집회를 통해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날 한국당은 약 “약 30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집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렸던 진보 진영의 맞대응 성격이 짙다.

연단에 오른 황 대표는 “조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을 지라. 저런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된다.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라. 조국에게 검찰 개혁을 하라 하고, 인사권을 행사하게 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마비시켜 자기들 비리를 덮으려 하는 것”이라며 조 장관-문재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집회로 인해 황 대표는 조국 정국을 통해 대정부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한동안 리더십이 흔들렸던 황 대표가 당분간 당을 끌고 갈 동력은 확보했다”며 “한마디로 영양제 한방을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원내전략 부재로 인해 ‘사퇴론’이 불거졌지만 친황계의 엄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가 약속한 대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국정조사 등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것이 없다”며 나경원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조국 정국에서 나 원내대표를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나경원 사퇴론에 동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 원내대표를 적극 엄호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홍준표 전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향해 “아들의 이중국적 의혹을 해명하라”고 하자,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은 “분열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조국의 편이며 우리의 적”이라며 홍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흔들리면 그 다음 차례는 황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에 친황계에서 나 원내대표를 적극 엄호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패스트트랙 검찰 수사 황교안-나경원 반발 요체

그러나 당내에서는 여전히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가 언제든지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조국 정국 등으로 인해 연일 강도 높은 대여 투쟁에 대한 피로감이 나오는 데다 당 지지율도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투쟁을 본격화한 최근 1~3주 사이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한국당 한 의원은 “다수의 민심이 여당을 떠나 중도층에 몰리고 있지만 우리 당이 이들을 끌어오지 못하는 점은 여전히 한계”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선거제 개편과 사법제도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되면서 한국당이 코너에 몰렸다. 당초 한국당은 지역구 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증원하는 대신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 안을 내놨으나 여야 4당으로부터 외면당했다.

한국당으로서 마땅한 플랜B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쌍둥이 정당 창당 등도 거론되고 있으나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꺼내기도 힘들다. 결국 선거제 개편과 사법제도 개혁은 여권과 논의를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여권에 끌려가는 형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안의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로 갈 수밖에 없다. 사법제도 개혁도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향후 협상과정에서 나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기대치에 부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특히 패스트트랙 고소고발 건이 황교안-나경원 체제 붕괴의 결정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인해 고발한 한국당 의원들의 검찰 소환 등으로 여권과 검찰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석에서 만나는 한국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내년 총선까지 ‘황교안-나경원 체제가 어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보다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데 무게를 두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진화법을 위반한 의원들이 검찰에 의해 기소될 시 ‘황교안-나경원 체제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황교안-나경원 체제 붕괴의 주된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당 법조계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의원들의 기소 여부에 대한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에 대해서는 ‘기소’가 불가피하고, 의안과 사무실 점거에 나섰던 의원들은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의원들이 기소될 경우에는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에 대한 반발의 결정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황교안-나경원 체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의원들 “황 대표, 변화 안하면 안 된다” 지적 잇따라

엎친 데 덮친격으로 한국당 주변에서는 황 대표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당 한 의원은 “의원들이 전화를 해도 안 받는 경우가 많고, 모르는 전화번호는 일절 받지 않는다.

법조인 출신으로 아직 정치인의 때가 묻지 않았다. 의원들은 ‘기존과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며 “황 대표도 노력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황 대표가 너무 뻣뻣하다”며 “당내지지 세력을 아직 구축하지도 못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친박계가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황 대표를 적극 지원해 대권 후보로 내세웠으나 여의치 않으면 다른 인사를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는 말이 심상치 않게 나오는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12월 원내대표에 도전하기 위해 물밑행보를 하고 있는 심재철, 권성동, 김학용, 윤상현, 안상수 의원 등이 나 원내대표를 임기 연장 불가에 대한 물밑활동과 함께 황 대표까지 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검찰은 패스트트랙 당시 동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수사 대상에 오른 한국당 인사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느 날 검찰로부터 전화가 와, (내가) 피해자라며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다른 보좌진은 피의자라며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이로 인해 패스트트랙으로 인해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당 보좌진들이 더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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