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홍준철 편집위원]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안철수계 의원들과 함께 독자행동에 나서고 있다. 유 의원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금명간 빠른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항간의 예측처럼 집단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기위한 세불리기라는 관측보다 손학규 대표 퇴진을 위한 압박카드이자 보수대통합에 미온적인 한국당에 보내는 최후통첩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보수대통합에 주도권을 쥐면서 손 대표와 마지막 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유 의원이 처한 당 안팎의 정치 환경이 실제로 탈당해 신당창당을 하거나 한국당 복당이 쉽지 않아 결국 총선 임박해서는 손한규-안철수-유승민 3인이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합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동시에 받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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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 헤쳐모여식 보수통합 요원...안철수+유승민계 합류 난색
- 대척점 유승민 탈당 시사했지만 .자금.비례대표 걸림돌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유승민 의원이 당내 문제에 전면에 나섰다. 그동안 당내 현안에 적극 나서지 않았단 유 의원이 행동운운하면서 3지대 신당창당론마저 불거졌다. 유 의원은 최근 변혁이라는 당내 당성격의 모임을 결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이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15명을 규합해 집단탈당해 신당창당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당발 보수대통합이 지지부진하면서 유 의원이 주도권을 쥐고 물꼬를 트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추석전 10% 당 지지율 안되면 사퇴하겠다던 손 대표가 약속을 어기면서 대표 퇴진을 위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도 나왔다.

집단행동대표 퇴진이 제1우선 순위

하지만 신당창당까지는 갈 길이 먼 게 현실이다. 유 의원이 함께하는 당내 의원 15명을 보면 28명 의원중 유승민계 8, 안철수계 7명이다. 비당권파 유승민계로는 하태경, 오신환, 유의동, 이혜훈, 지상욱, 정운천, 정병국 의원 등 8명이다. 모두 지역구를 가진 의원이다. 탈당을 해도 의원직을 잃지 않는다.

반면 안철수계는 이태규, 김삼화, 김중로, 이동섭, 신용현, 김수민 권은희 의원 등 총 7명인데 그중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비례대표다. 비례대표는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그렇다면 손 대표가 출당조치를 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럴 경우 현역 의원 9명으로 신당을 창당해야 하는데 세가 약하다.

자금도 마찬가지다. 신당창당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바른미래당 자산이 100억원 가량 되지만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가 갖고 있다. 탈당파는 일원한장 가져갈 수 없다. 그렇다면 거액의 정치적 후원을 받거나 의원들이 사비를 털어 수십억 원의 돈을 투입해야 하는 데 이도 쉽지 않다.

신당창당에 한 가지 우호적인 측면은 한국당발 보수대통합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 보수대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당 지도부 기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통과이후로 보수통합을 미루는 분위기다.

특히 유승민.안철수계뿐만 아니라 중도보수성향의 시민단체에서는 대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적쇄신과 당 지도부 교체 등 헤쳐모여식대통합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황교안 중심, 한국당 중심의 흡수통합을 기대하고 있어 참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 의원이 그리는 신당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정욱 전 의원,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자유와공화 플랫폼 시민단체 등 중도개혁성향의 인사들이 참여하리는 보장도 없다.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로 정신이 없고 홍 전 의원은 자식 마약밀수 문제로 곤욕을 치루는 가운데 두문불출하고 있고, 원 지사는 내년 선거와는 이해관계가 없는 광역단체장으로서 소극적이다.

무엇보다 유 의원의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할 안철수 전 의원은 독일에서 마라톤 관련 책을 출간해 유유자적하고 있다. 올해 귀국은 둘째 치고 총선전까지 귀국을 안할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측근들이 내놓으면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안 전 의원이 조기귀국을 한다고 해도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집단탈당을 감행해 신당창당을 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측근들은 안 전 의원이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에 대한 창업주 의식이 강해 탈당해 제3지대 신당창당보다는 자신이 만든 정당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전언이다. 이래저래 유 의원의 신당창당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유승민계 지상욱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신당 창당, 탈당 이런 얘기까지는 하고 있지 않다며 손학규 대표 퇴진을 위한 비상행동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자신이 한 약속마저 어기고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안유계가 당내 당을 만들어 사퇴를 압박한다고 해서 대표직을 놓을 가능성도 낮다. 오히려 손 대표는 지난달 대표취임 1주년 기자가담회장에서 내년 총선에서 최대 100석까지 얻을 수 있다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향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손 대표는 지난 829일 선거법 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고, 이제 거대 양당의 극한 대결이 아니라 진정한 협치를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사실상 선거제 통과여부를 확인한 이후로 정치일정을 뒤로 미룬 상황이다.

결국 당 대표직을 고수하는 손 대표와 수수방관하는 안철수 전 의원사이에서 유승민 의원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유 의원의 당 안팎의 환경이 집단탈당을 하기도 남아 있기도 어정쩡한 상황이다.

신당창당? 손안유 다시 뭉칠 수밖에 없어...”

결국 바른미래당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유 의원은 안으로는 돈 문제에다 비례대표 문제로 집단탈당이 쉽지 않고 한국당에게는 9월말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으로 복당할 명분도 없는 상황이라며 신당창당은 유 의원의 개인적인 희망사항일뿐이라고 평했다.

나아가 이 인사는 결국 유 의원의 선택지는 손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손 대표를 명예롭게 대우하고 다시 손안유가 손을 잡고 뭉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현재로선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망했다.

손학규-안철수-유승민이 다시 뭉치고 과거 안 전 의원과 함께했던 박지원 의원 등 대안정치연대소속 의원에 김한길 전 의원까지 포용해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서 면모를 갖추는 게 신당창당이나 손 대표 사퇴압박보다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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