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정신 기반으로 바른정치 위해 비전 제시할 것”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추석 전 지지율 10% 미만 시 사퇴’ 약속과 하태경 최고위원의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에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손 대표는 사퇴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고 비당권파는 지도부와는 별도로 당 혁신 등을 논의하는 모임을 구성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당내 최다선 의원인 정병국 의원을 만나 바른미래당의 현 상황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역임한 그에게 조국 법무부장관이 장관으로서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사진=김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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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학적 보수 통합 이뤄지지 않아... 분열 원인 원점에서 논의해야”

오신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당권파 측은 지난달 30일 유승민 의원을 대표로 지도부와는 별도로 당 혁신 등을 논의하는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구성했다. 정병국 의원은 대국민 약속을 어긴 손학규 대표는 이미 대표로서 자격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비상행동 모임을 통해 ‘정의롭고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을 바로 세우고 패권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요서울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당내 최다선 의원이다. 현재 당의 상황을 진단한다면.

▲패거리 패권정치가 없는 제대로 된 바른정치, 미래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는데, 창당 이후 현재까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 역할을 하지 못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손 대표 체제 이후 당이 창당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면서 이런 문제가 야기됐다고 생각한다. 손 대표가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를 넘지 않으면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당이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

저는 당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해 추석 연휴가 끝난 후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손 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을 인정하지 않는다. 저를 비롯한 15명의 의원이 모여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라는 비상기구를 만들어 당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다.

-하태경 의원의 징계를 놓고 당권파, 비당권파 간 결별설까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당이 화합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당권을 쥐고 있는 대표는 내홍을 빌미로 본인에게 거스르는 사람을 모두 윤리위원회를 통해 제거하고 있다. 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때문에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 인정하겠는가. 그것과 똑같다. 당 운영을 잘 못하니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당헌당규상 손 대표를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는데 바른정당계는 결국 탈당할 것인가.

▲탈당을 생각했다면 손 대표 물러나라고 할 필요가 없이 신당을 창당하면 된다. 당에 남기 위해 ‘변혁’을 구성했다. 그동안 당권파로 분류됐던 인사 중에서도 더 이상 손 대표 체제에서 당 운영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학생위원회는 손 대표에게 임명장을 받자마자 사임하기까지 했다. 모든 당원이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데 혼자서만 대표직을 이어갈 수 없다.

-‘변혁’이 구체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첫째로 국정감사를 통해 문 정부의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바로잡을 것이다. 둘째로 바른미래당의 창당정신을 기반으로 바른정치를 위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마음 둘 곳이 없던 당내 구성원을 통합할 것이다.

(손 대표가 물러난다면) 다음은 논의를 통해 전당대회 혹은 비대위 구성을 결정할 것이다. 손 대표 중심의 당권파가 당권을 내려놓고 우리와 함께하길 원하면 받아들일 것이다.

[사진=김병철 기자]
[사진=김병철 기자]

-자유한국당에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보수통합 논의가 활발하다. 한국당 중심 보수대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그들이 생각하는 보수통합이라는 게 대상을 누구로 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오로지 다음 선거를 위해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한다면 통합은 이뤄지지 않을 거고 통합된다 하더라도 총선 승리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보수가 왜 분열됐는지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 우리가 탄핵을 겪은 이유는 패거리 패권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패권정치를 없애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제시가 필요하다. 제시한 비전이 국민의 동의를 받는다면 통합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역임했다. 장관 출신이 생각할 때 조국 법무부장관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장관은 정부 부처의 한 분야를 총괄해 책임지고 있다. 법무부는 정의를 실현하는 곳으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개혁을 한다. 그런데 사법개혁을 왜 꼭 조 장관이 해야 하는가. 반칙·변칙·탈법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조 장관이 사법개혁을 한다고 하면 될 사법개혁도 안 된다. 제대로 된 사법개혁을 위해 조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

문 정부에서 다수의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조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에 본인의 기준에서 후보자들을 검증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같은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정부 출범했을 당시 본인의 기준을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문 정부의 불행이다.

국민은 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길 바랐고 공화주의를 실현해 주길 원했다. 그런데 민주당 대통령에서 친문 대통령으로, 이제는 국민이 반대하는 조국의 대통령이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뽑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 여부가 관심사다. 당이 혼란스럽지만 총선 전략을 밝힌다면.

▲어떤 제도든지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과 같이 무리하게 전개돼서는 안 된다. 총선전략은 선거의 유불리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점에서 국민이 바라는 정치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회는 국민 중심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해놓고 진영논리에 의해 선거에서 당선만을 따지고 패권놀음을 하고 있다. 지지층을 위한. 지지층만을 위한. 더 나아가서는 몇몇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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