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글로 김경율 ‘징계 회부’···‘눈치 보기’ 시작됐나

김경율 참여연대 전 집행위원장. [뉴시스]
김경율 참여연대 전 집행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세력 등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던 김경율 참여연대 전 집행위원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김 전 위원장은 조 장관의 사모펀드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참여연대가 입장을 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묵살 당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에서 조 장관이 ‘절대 선(善)’이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조치로 인해 더욱 눈치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를 묵살하고 외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권력형 범죄가능성 제기 입 다물었나···김경율 창피한 일

지난달 29일 김경율 참여연대 전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를 통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윤석열은 서울지검장으로 MB 구속사법농단 사건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건 등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전자가 불편하냐, 후자가 불편하냐고 적었다.

장삼이사들 말고 시민사회에서 입네하는 교수, 변호사 및 기타 전문가 XX들아. 권력 예비군어공(정당선거캠프에서 일하다 공무원이 된 사람) 예비군 XX들아 더럽다고도 썼다.

그러면서 이 위선자놈들아 구역질난다. 주둥이만 열면 **개혁, @@개혁. 야이 XXX들아, 니들 이른바 촛불혁명 정부에서 권력 주변 X나게 맴돈 거 말고 뭐한 거 있어라고 힐난했다.

김 전 위원장이 올린 글이 알려진 이후 참여연대 회원게시판에는 후원 취소, 회원 탈퇴를 요구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김경율 회계사가 SNS에 올린 글은 참여연대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의 공지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을 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참여연대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한 참여연대 내 많은 토론이 진행되고 있고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그 내용과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이 사안을 엄중히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이전인 지난 28일 오전 이미 집행위원장직 사임 및 회원 탈퇴 의사를 참여연대에 알려왔다면서도 해당 글은 시민사회 활동에 참여해 온 사람들에 대한 폄훼로 볼 수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성원 모두 행동과 표현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면서 사과의 말도 전했다.

조국, 장관직 사퇴해야

국회를 찾은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징계위에 회부한 참여연대의 결정은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 장관 가족 사모펀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권력형 범죄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참여연대가 입을 다물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는 그의 주장이 참여연대에서 묵살 당했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때문에 위원장직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조 장관과 관련된 사모펀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권력형 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관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단체 본연의 임무는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라며 지금 참여연대는 참여연대 출신들에 대해 입을 막고 어떤 감시행위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선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김 전 위원장의 주장에는 토론 중 결론이 맺어지지 않은 채 문제제기를 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내부적으로 관련 검토와 토론을 진행하던 중이었고, 보고서 초안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는 반박이다.

참여연대는 조만간 김 전 위원장과 관련된 공식입장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참여연대가 조국 펀드의 권력형 범죄 성격을 파악하고도, 오히려 조국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낸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을 징계하는 이 황당한 모습을 봐라라며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제까지 이를 묵살하고 외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위기가 위험한 수준이라며 앞장서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다운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도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참여연대에서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해 온 인물이다.

보수 진영 반색

이번 참여연대의 조치로 인해 진보 시민단체 내부적으로 이른바 눈치 보기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오전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참여연대가 국민들 양심에 대못을 박았다면서 조국 펀드가 권력형 비리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내부고발자 징계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견제한다는 참여연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 아부까지 하는 간신연대가 됐다면서 참여연대 간판 내리고 간신연대라고 새 간판을 달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장관 비판했다가 징계 받는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손학규 대표 비판해서 징계받은 하태경! 동병상련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만나서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참여연대의 강경 조치에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진보개혁 시민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초 호의적이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진보단체들마저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특혜불법 논란이 지속되자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사태 때 최순실 씨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고발했던 단체다. 이번에는 조 장관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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