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전사무총장과 취재진들의 ‘숨박꼭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 전총장 측근들을 중심으로 ‘의원직 사퇴후 재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 전총장의 지역구인 동해·삼척 주민들을 중심으로 동정론과 온정주의가 확산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원도 출신으로 서울대 9년 선배인 최돈웅 전의원은 지난 10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사퇴후 출마는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의원은 이회창 총재 시절 의원직을 사퇴한후 재차 중앙당 공천을 받아 강릉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그는 최의원에 대해 ‘후배님…’으로 존칭을 붙이는 것으로 애정을 표시하면서도 최의원이 “바른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지난 2001년 9월 최돈웅 전의원은 자신의 회계책임자가 사조직에 활동비 명목으로 1,200만원을 돌린 혐의로 실형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곧바로 같은해 10월25일 자신의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에 재출마해 당선돼 의원직을 유지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민들은 그를 향해 비난섞인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회창 전총재 역시 비난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최 전의원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면서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을 하는 ‘용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그런 최 전의원이 최근 최 전총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던지고 지역구(동해·삼척)에 재출마한다는 말이 나오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관심이다.최 전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전국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최 전총장을 공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최 의원과 고향 선후배 사이이자 인접지역을 지역구로 갖고 있어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최 전의원은 “참 불행한 일이 터졌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개인적으로 얼마나 고심이 많겠느냐”고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최 전총장의 의원직 사퇴여부나 정치적 진로에 관련된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하지만 최 전의원은 사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견해를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료이며 후배이기도 한 최의원의 의원직 사퇴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최 의원과 마찬가지로 그는 강릉 최씨계보에 속해 있다. 강릉의 터줏대감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최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터진이후 지인들에게 ‘최 의원이 술에 약하다’, ‘그럴 분이 아니다’고 옹호하는 발언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향후 파장에 촉각

한편 한나라당 최연희 전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이해찬 총리의 부적절한 골프 파문 때문에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피해자인 동아일보 여기자가 최의원의 사퇴가 이뤄지지 않자 형사 고소를 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성풍’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 의원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근 당직자를 강원도로 급파해 최 의원과의 접촉을 시도한 결과 ‘사퇴하지 않겠다’는 최 의원의 뜻을 재차 전달받았기 때문이다.한나라당 일각에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식의 ‘사퇴촉구결의안’이라도 국회에 제출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의원직 제명안을 제출하려고 했으나 국회법상 제명기준에 ‘윤리 기준’이 없어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두 참석하는 ‘사퇴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최 전총장의 경우와 같은 성추행도 국회의원 제명기준에 포함되도록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정치권에선 국회에 사퇴 결의안이 상정될 경우, 한나라당도 찬성표를 던질 공산이 높아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 탈당전 ‘제명했어야’ 한 목소리 지도부 성토

한나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표가 최연희 전총장의 성추행 파문 자리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초동대응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새정치수요모임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문제의 2차자리에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함께한 자리에서 벌어진 이상 최연희 전총장에 대해 탈당계를 제출하기전 제명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그는 지난해 3월초 일본 자민당의 나카니시 가즈요시 의원이 취중 젊은 여성의 가슴을 만진 사건의 예를 들기도 했다.골자는 나카니시(41) 의원이 사건이후 긴급기자회견을 자청 “사람으로서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깊이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스스로 단죄했다. 이어 그는 의원 사직서와 탈당계를 사건 당일 각각 중의원 사무국과 자민당 본부에 제출했고 자민당도 긴급 당기위원회를 소집, 나카니시 의원의 탈당계를 수리하지 않고 단호하게 제명했다. 이어 그는 “박 대표가 단호한 리더십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이제라도 최 전총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DJ치매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여옥 의원에게도 경고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여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만약 열린우리당 지도부 중 한명이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와 같은 부적절한 사건이 발생했다면 성추행도 문제지만 당장 해당 지도부는 옷을 벗어야만 했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