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특장점’ 사라져 갈 이유 없다”

지난 1일 ‘제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편대비행을 마친 F15K 전투기가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제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편대비행을 마친 F15K 전투기가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다른 군에 비해 자유롭다는 인식으로 인기가 높았던 공군이 10년 만에 공군병 모집 미달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 729일부터 86일까지 일반기술전문기술병 분야에서 총 1429명을 모집(오는 11월 입영 예정)했으나 833명만 지원한 것이다. 42%를 채우지 못한 셈이다. 왜 갑자기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복무기간 단축’, ‘일반 병사 스마트폰 허용큰 영향···차라리 육군 간다

공군 관계자 주요 원인은 복무기간으로 분석···‘1개월 추가 축소추진 중

11월 입영 예정인 일반기술전문기술병 분야의 경쟁률은 0.581이다. 지난해 11월 모집(1.2: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반기술 분야에는 666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498명에 그쳤다. 75% 수준이다.

일반기술은 전공자격증 등과 관련 없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한 일반 병사를 뽑는 분야다. 전문기술병은 차량운전’, ‘차량정비’, ‘화학’, ‘의무’, ‘기계’, ‘통신전자전기’, ‘시설’, ‘전자계산등과 관련한 전공자격면허 소지자만 지원이 가능한 분야다.

모집 미달 사태는 12월 입영 예정 모집에서도 두드러졌다. 공군은 1472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1062명만 지원서를 낸 것이다. 410명이 부족한 셈이다. 경쟁률은 0.72:1. 지난해 경쟁률(1.2:1)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과거 공군 장점은?

그동안 공군 지원은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넘을 수 없는 산같은 존재였다. 자유롭고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져있어 선호도는 당연히 높았고, 경쟁도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만에 최악으로 모집 미달 사태를 맞이했고, 공군 장병 모집 안내문에 적혀 있던 공군은 지원자가 많아 1차에서 불합격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합니다라는 문구마저 사라졌다.

공군은 지난달 10일 일반기술병 250명을 포함한 731명의 11월 입영 예정자를 추가로 모집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다.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원인에 이목이 집중된다. 공군 관계자는 접수 미달은 200911월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11월에 모집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단계적 복무 기간 단축의 영향으로 복무기간 계획에 혼선이 생긴 입영예정자 사이에서 입대를 미루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최근까지 공군에서 근무했던 공군 예비역들은 공군의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입영 예정자들이 공군 지원(병사 기준)을 선호하는 이유로 외출휴가가 타 군에 비해 많다는 점’, ‘행군혹한기잦은 훈련 등이 없다는 점’, ‘자대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 ‘근무시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퇴근 이후 여가가 보장된다는 점’, ‘산보다는 평지에 있어 면회가 용이하다는 점’, ‘PMP(휴대용 동영상 재생기기)플레이스테이션MP3 등 전자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등을 꼽는다.

특히 예비역들은 일반 병사 스마트폰 허용 조치를 꼽았다. 거기에 복무기간 단축도 맞물려 공군의 단점이 더욱 부각된다는 것이다.

복무기간은 육군·해병대가 21개월18개월, 해군은 23개월20개월, 공군은 24개월22개월로 단축된다. 공군은 지난 20041개월을 줄였기 때문에 2개월만 줄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명 공군만의 메리트였던 일부 전자기기 사용은 이제 병사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되면서 구시대의 특권이 돼 버렸다. 스마트폰 하나면 PMP, 플레이스테이션, MP3 등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예비역들은 면회의 장점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영상통화,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면 되니까 면회를 자주 갈 이유도 사라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생 상황 모른다

공군 예비역 A씨는 현재 공군의 장점이 다른 군과 비교하면 휴가가 많다는 정도인데 육군도 점점 휴가 등 복지가 좋아지고, 훈련도 현대전 전쟁 수행에 따라 예전만큼 강도가 높지 않은 터라 공군을 선호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군 복무기간이 핵심 영향일 것이다. 지금 나보고 다시 군대에 가라고 하면 육군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군 예비역 B씨는 가뜩이나 사회에서는 공군은 군대가 아니라 캠프라는 인식이 깔려있는데 이런 장점마저 사라진 상태라 누가 공군에 가려고 하겠는가. 차라리 휴가 조금 덜 나오고 근무 일수가 몇 개월 더 짧은 육군에 가서 전역한 다음 일찍 일하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 예비역 C씨는 특히 요즘은 군대를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겨울방학 때 가는 경우가 많다. 보통 1~2월에 많이 간다는 것. 육군은 복무기간 축소로 1년 반이라 7~8월경에 제대하니까 2학기 복학이 가능한 셈이라며 그러나 공군은 22개월이라 2학기 복학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육군보다 근무도 더하고, 학교도 일찍 못 가고, 다음 연도 1학기까지 3~4개월은 붕 뜨게 된다. 맨날 위에서 탁상공론만 하니까 제도를 이런 식으로 해놓은 것이다. 대부분 대학생이 군에 많이 가는데 대학생이 직접 겪고 있는 상황은 모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공군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공군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지원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복무기간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바뀐 복무기간 기준으로 육군과 공군의 복무기간 차이가 3개월에서 4개월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공군의 복무기간을 추가적으로 1개월 더 줄이기 위한 병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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