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통증 있어도 퇴원 불가피…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병에 걸린다. 병이 가벼울 경우에는 며칠 병원을 다니며 주사를 맞거나 약을 받아먹는 통원(通院) 치료를 한다. 그러나 병이 무거워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병원에서 숙박하는 입원(入院) 치료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입원 치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나, 생과 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 등이 주된 입원 치료 대상이다. 입원 치료 기간을 거쳐 병이 호전되면 환자는 퇴원(退院)을 한 뒤 통원 치료를 거쳐 완치에 이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병원과 환자의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 입원 기간이 종료됐지만 통증 등이 가시지 않아 추가적인 치료를 원하던 환자가 강제에 가깝게 퇴원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환자·가족 “너무한 것 아니냐” 불만 토로
병원 측 “국가에서 정한 의료전달체계에 따르는 것”

8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서울 소재 모 대학병원에서 다리 수술을 받았다. 평소 무릎이 안 좋았는데, 걷기 어려울 정도가 되자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한 것이다. 수술은 한 쪽 무릎씩 총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절개가 필요한 수술이었기에 통증은 엄청났다. 병원 측에서 처방해주는 진통제 등이 통증을 조절해주긴 했지만 고령의 A씨가 버티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래도 입원실이 있었기에 가족과 간병인 등은 돌아가며 A씨를 돌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수술 약 2주가 지나자 병원 측은 A씨에게 퇴원을 통보했다. A씨 측은 “아직 통증이 있어 조금 더 입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병원을 알아봤지만 병원들은 진통제만을 필요로 하는 A씨에게 병원 절차에 맞춰 물리치료 등을 받을 것을 요구해 포기했다. 문제는 A씨가 현재 경기도 구리시 자택에 혼자 거주 중이라는 점이다. A씨의 자녀들은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 살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대·소변을 보는 것조차 도움을 받아야 하는 A씨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직장을 몇 주씩 빠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딪혔다고 A씨 자녀는 호소했다. 입원실에서 A씨를 돌보던 간병인 측은 “집까지는 따라 가지 않는다”고 간병을 거절했다. 결국 A씨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들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던 탓에 며칠이 지나지 않아 구리시 자택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장녀 B씨가 월차를 내고 A씨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미봉책일 뿐이다.

점심시간에 일방적 퇴원 통보도

병원의 퇴원 통보 사례는 비단 A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팔꿈치 골절상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던 C씨는 병원에서 권유한 도수치료를 받던 중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 추가적인 조치를 받았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CT나 MRI 촬영을 요구했음에도 병원 측은 돈이 많이 든다며 조금 더 기다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병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약 1주일이 지난 뒤, C씨는 볼일을 보기 위해 병원장 허락을 맡고 오전에 외출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경 병원 측에서 ‘퇴원하셔야 해서 어머니 짐 다 싸놨다’는 문자를 받았다. 황당했던 C씨는 병원으로 돌아가 “왜 강제로 퇴원 시키냐”고 항의했지만 병원 측은 “입원할 수 있는 날이 다 지나 더 이상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할 뿐이었다. 병원은 C씨의 짐을 뺀 후 다른 환자를 입원시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강제 퇴원 뒤 다른 병원에서 추가 골절 판정을 받았다.
또 부산의 한 종합병원의 경우에도 지난 7월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일방적으로 퇴원 시키려 했다는 보호자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보호자 D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어머니를 E종합병원에 입원시켰다. 어머니는 3주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가 이어졌다고 D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치료가 이어지던 7월 D씨 어머니에 대한 퇴원 지시를 내렸다. 진료는 물론 식사도 제공할 수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고 D씨는 주장했다. D씨의 강한 항의에 퇴원 지시를 철회하긴 했지만 D씨는 병원이 ‘돈 되는 환자’를 받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당시 병원 측은 “퇴원 지시는 의료진 재량이고 절차에 따라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아프다는데’…퇴원 지시 이유는?

병원으로부터 ‘강제 퇴원’이나 ‘일방적 퇴원 지시’를 받았다는 사례는 온라인상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병원이 퇴원 지시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A씨가 입원했던 대학병원 측은 “의료전달체계라는 게 있다”고 운을 뗐다. 병원 관계자는 “저희는 대학병원이고, 저희보다 좀 작은 병원이 있고, 그 아래 또 의원이 있다”며 “저희 같은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은 환자분이 수술을 하시게 되고, 수술이 정상적으로 잘 끝나면 아래 있는 병원으로 가셔야 하고, 그 다음에는 의원으로 가셔야 하고 이런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절차를 담은 게 의료전달체계라는 것이다. 이어 “주치의가 봤을 때 이분(환자)이 수술이 잘 못 됐다든가, 아니면 부작용이 좀 심하다든가 하는 소견이 있으면 더 계시는 게 가능하다”면서 “그런 경우가 아니면 전달체계를 꼭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또 “건강보험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환자가 입원을 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매일 진료기록이라든가 소견을 제출해야 환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병원도 건강보험에서 나오는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며 “그걸 지키지 않으면 저희가 치료를 해 드리고 (진료비) 삭감을 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전달체계가 정한 바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관계자는 “예를 들면 고혈압·당뇨 환자가 의원에 방문하면 진찰료 5000원으로 끝날 것을 환자들이 다 대학병원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단순히 약 처방만 있으면 되는 병인데, 대학병원에서는 진찰료를 2만 원씩 내야한다. 결국은 똑같은 병인데 나라에서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가 늘어나지 않느냐. 그래서 만성질환 등은 상급 병원으로 쏠리지 못하게 하려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환자분은 급성기는 끝난 거고, 보존적 치료가 필요하신 상황”이라면서 “단순히 통증 조절하고 약 처방 받고 이런 정도면 종합병원 이상에서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사항을 따르는 거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상태가 다 다른 만큼 의료전달체계는 표를 만들어 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입·퇴원은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함부로 개입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다만 관계자는 장기 입원 환자에 대해 병원에 지급하는 입원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1일 1만 원으로 지급하던 입원료를 환자가 15일 이상 입원하면 9500원으로 줄이는 등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재정인데 불필요하게 나가는 돈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그렇다고 입원 기간을 임의로 정해놓고 나가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에서 설명을 세세히 해줄 여건이 안 될 수 있다”라면서 “‘보건복지부가 시켜서 나가라고 했다’는 민원을 종종 받는데 오해하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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