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개혁안’ 내놓은 檢…“개혁 의지” vs “보여주기 식”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검찰 개혁을 놓고 벌어진 정부와 검찰 간 샅바싸움이 여론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1일 지난달 28일 열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집회’에 많은 인원이 밀집하면서 검찰개혁 여론이 지지를 얻자, 범보수 세력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해 이에 맞섰다. 양측이 맞불작전을 펼치는 가운데 ‘광화문 집회’로 득을 본 것은 자유한국당이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 집회로 검찰개혁 동력이 거세진 데 따른 부담이 광화문 집회를 통해 희석됐다는 풀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뉴시스]

- ‘광화문’이냐 ‘서초동’이냐…모두 “이것이 진짜 民心” 주장
- 尹, 보수 세력 합심에 조이던 ‘검찰개혁’ 숨통 트였다

최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현안은 검찰개혁이다. 조국(54) 법무부장관은 지명 직후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가 장관직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사법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들을 줄소환하는 등 압박을 가하자 검찰개혁을 놓고 정부와 사정기관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검찰개혁 흐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검찰개혁이라는 무대의 주연이 검찰과 정부였다면, 이 문제가 여론전으로 번지면서 ‘관객’처럼 보이던 국민이 어느덧 ‘신 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100만 vs 300만…여론전 돌입 양상

검찰개혁 여론전의 도화선은 ‘서초동 집회’였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범국민시민연대)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제7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고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규탄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들은 바로 이 중심부에서 ‘검찰개혁을 하라’고 검찰을 정조준한 것이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당시 이 집회에는 20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였다.

서초동 집회에 초반부터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은 아니었다. 조 장관과 검찰 간 대치국면이 심화될수록 이곳에 모인 인원도 증가했다,

지난달 16일 개최된 첫 집회에는 6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지난달 21일 진행된 6차 집회에 3만5000명, 지난달 28일 주최 측 추산 200만여 명 등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와 비례해 폭발적으로 참여 인원이 늘어났다. 당초 예상을 웃도는 대규모 인원이 결집하자 여당은 ‘검찰개혁은 국민의 요구’라며 검찰이 이를 준엄하게 받아들을 것을 주장했다.

이에 맞서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리공화당 등 보수 정당과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국당은 이날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를, 투쟁본부는 남측에서 집회를 열었다. 

투쟁본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총괄 대표를, 이재오 전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담당하는 보수 성향 시민 단체다. 이날 집회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명 보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 나온 이들이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국당이 집회 참석 인원을 강조한 데는 지난 ‘서초동 집회’에 추산 100만 명이 모여 검찰개혁이 주류 여론이 된 것을 의식했다는 풀이다. 

두 시위는 ‘참석 인원’을 놓고 날을 세울 정도로 ‘여론이 어느 쪽을 향해 있나’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들의 집회에 더 많은 인구가 모일수록 ‘이것이 진정한 여론’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보수 세력이 광화문 집회에서 보인 합심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숨통이 트였다는 시각이 나온다. 서초동 집회에서 형성된 검찰개혁 촉구 여론이 다소 완화됐고, 나아가 다소 위축됐던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에 추진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말뿐인 ‘특수부 폐지’…日 모델 따라하기?

실제 청와대에서도 서초동 집회 이후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의 고삐를 조이는 태도를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 장관으로부터 ‘인권을 존중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검찰권 행사 및 조직 운용 방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윤 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검찰이 조 장관이 휩싸인 수사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여론이 윤 총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여론을 통해 조 장관은 누차 강조하던 ‘사법·검찰개혁’의 동력을 얻었고, 이를 검찰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우리 정부 들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대폭 강화된 반면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 관행, 또 조직문화 등에 있어서는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짚었다.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발언 다음 날인 지난 1일 검찰 자체개혁안을 발표했다.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3개 검찰청을 제외하고 전국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 폐지 ▲검찰 밖 ‘외부기관 파견감사’ 전원 복귀 ▲검사장 차량 이용 중단 등을 제시했다.

이에 관해 청와대는 이날 “검찰이 발표한 방안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입장을 냈다. 반면 여당은 “근본적이고 철저한 검찰개혁 의지를 읽기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세간의 평가도 양분됐다. 검찰의 빠른 답변에 일각에서는 ‘스스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호평을, 다른 한쪽에서는 ‘생색내기용’이라는 의혹을 내비쳤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빠른 답변을 내놓은 것이 일종의 ‘항명’ 또는 청와대와의 신경전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금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가 검찰개혁”이라며 “그러지 않을 것으로 믿으나, 혹 그런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다면 검찰은 국민들의 오랜 숙원의 무게를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 주어진 권력에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차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역시 힘을 모아 나갈 것이고, 검찰도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이 진정 바라는 개혁을 추진해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첨예한 논쟁 대상이 된 주제는 ‘특수부 폐지’다. 특수부는 검찰 내 대표적인 직접수사 기구로, 검경수사권 조정과도 관련성을 갖는 부서다. 그동안 직접수사가 가능한 ‘특수부’가 있어 검찰이 비대한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셀프개혁안’으로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3곳을 제외한 전국 특수부 폐지를 내놨지만, 이미 대다수의 특수 수사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만큼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 대검 개혁안에 대해 “개혁안의 내용 각각도 단선적이고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을 중심에 놓은 개혁과 검찰 권력 작용 전반에 대한 자기성찰의 진정성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또 “특수수사가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이를 남겨두는 건 검찰개혁이 형식적 개혁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개편 방안이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 단계에서 첩보가 미진할 수 있고, 숨겨진 범죄가 더 많아 특수수사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특수부가 서울에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거리를 뒀다. 

아울러 “현재 일본 역시 동경지검과 오사카지검엔 특수부가 살아 있고, 나머지 지역에서 특수부를 폐지했다”며 “아마 지금 윤 총장은 이런 상황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수부의 존재 유무보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 이 대변인은 “검찰이 가진 직접수사의 영역을 축소해 가면서 경찰에게 수사 대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검찰은 수사보다는 공소제기와 공판중심주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尹, ‘공개 소환 폐지’…靑과 긴장 완화 시도?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간 알력 다툼은 윤 총장이 개혁 방안을 실천하는 태도를 취하며 다소 이완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 이튿날인 4일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 검찰 조사 시 공개 소환하는 관행을 전면 폐지할 것을 지시하고 그날부터 즉시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윤 총장은 “구체적인 수사공보 개선방안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우선 사건관계인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엄격히 준수하라”고 했다. 다만 포토라인이나 출석 후 조사 사실 공개 여부는 논의를 거쳐 추후 정해질 방침이다.

하지만 향후 검찰개혁의 진행 상황에 대해선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는 “검찰은 공룡처럼 일종의 독립된 하나의 생물 같은 조직”이라며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스스로 개혁하든 멸종되든 둘 중 하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바뀌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한다니 지켜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조 장관 파면을 두고 맞서는 집회가 잇따라 개최되며 여론전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진짜’ 민심이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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