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무조건 내 잘못” 때늦은 사과...최경주 “아차 싶었다”
3년 뒤 컴백하려면 퀄리파잉 토너먼트 다시 거쳐야
양휘부 회장 “우승 다투는 순간이었다 해도 해서는 안 될 행동”

JTBC 골프 중계방송 캡쳐화면
JTBC 골프 중계방송 캡쳐화면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관중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모욕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비오(29·호반건설)가 당분간 한국프로골프투어(KPGA)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KPGA는 지난 1일 오전 1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KPGA 빌딩 대회의실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김비오에게 자격정지 3년에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했다.

김비오의 징계는 이날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이에 김비오는 3일 개막하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시작으로 2022년 9월 30일까지 KPGA가 주최,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공동 주관 대회 역시 포함된다.

자격정지 3년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위다. 그만큼 KPGA가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KPGA 관계자는 “회원 중 레슨 프로 등이 제명된 경우는 있었지만 현역 선수가 이 정도의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 2승으로 확보한 3년 시드권 또한 없던 일이 됐다. 징계 기간 중 시드권 유효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김비오가 KPGA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다시 거쳐야 한다.

김비오는 입장문을 통해 “나로 인해 상처받으신 갤러리와 동료 선수, 스폰서, 협회 등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모든 것은 협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다. 잘못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 앞으로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함을 갖고, 프로 선수이기 전에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하겠다.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하다”고 보탰다.

김비오는 상벌위원회가 열리기 전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사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비오는 지난달 29일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을 했다. 카메라 셔터음에 샷이 방해됐다는 이유다.

화를 참지 못한 김비오는 티잉그라운드를 드라이버 클럽으로 내려찍기도 했다. 이 장면은 생중계를 통해 팬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당시 김비오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무조건 내 잘못”이라면서 사과했다.

김비오는 “사실 오늘 라운드가 평소보다 힘들었다. 우승이 걸려있는 찬스 홀이라 캐디가 갤러리 분들께 핸드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이어 “백스윙이 내려오는 순간 카메라 촬영음이 났고 스윙을 멈추려는 순간 스윙을 멈추지 못해 공이 채 100m도 날아가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이후 두 번째 샷을 하는데도 갤러리들의 소음이 여전해 3차례 정도 다시 어드레스를 해야 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 “이번 행동에 대해서는 프로 선수로서 정말 잘못했다고 느끼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싶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거듭 사죄했다.

하지만 해당 대회 우승으로 시즌 2승과 함께 우승상금 1억 원을 추가하며 상금 랭킹 7위(2억7098만 원),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로 올라섰지만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KPGA 상벌위원회는 자격정지 징계양정기준표 6항(회원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인해 회원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에 의거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KPGA 김규훈 상벌위원장은 “프로 자격을 갖춘 선수로서 굉장히 경솔한 행동을 했고 이에 합당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다”며 “대회가 끝난 뒤 반성과 사죄의 뜻을 보였고 개인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돌이킬 수 없는 행동으로 KPGA의 모든 회원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중징계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양휘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은 2일 손가락 욕설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양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손가락 욕설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많은 골프 팬 여러분과 스폰서, 협찬사 그리고 우리 선수들에게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골프는 에티켓과 매너를 중요시 여기는 스포츠”라며 “이번 사태는 에티켓과 매너, 예의범절이 모두 무시된 초유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우승을 다투는 순간이었다고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며 김비오 선수의 잘못에 대해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골프대회란 선수들과 갤러리들이 어울려서 벌이는 축제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협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은 물론, 갤러리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골프문화의 정착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경주도 “김비오의 손가락 욕설 영상을 지난 일요일 저녁에 뒤늦게 봤다.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나도 모르게 어휴~ 하는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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