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 고소·고발전, ‘불체포 특권’ 없는 보좌진은 어쩌나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국회를 오랜 시간 공전에 빠뜨렸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수사를 맡고 있는 검찰의 부름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고소·고발에 연루된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모두 소환 통보에도 불구,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국회의원의 경우 불체포 특권을 가지나 보좌진은 그렇지 않아 갑작스레 강제 수사가 진행될까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이뤄졌을 당시의 모습. [뉴시스]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 간 대치가 이뤄졌을 당시 국회의 모습. [뉴시스]

- 檢, 조국 사태로 ‘형평성’ 도마 올라…향후 한국당에게 어떤 태도?
- 황교안 자진출석해 ‘불응’ 입장 발표…보좌진 ‘강제 수사’ 우려

지난 4월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하 패트) 사태의 열기가 현재까지도 국회에 남아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출석을 통보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했지만, 한국당은 여전히 ‘불응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해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4일 패트 수사와 관련해 고소·고발된 한국당 의원들 총 60명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17명에게 이달 7일부터 11일 내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발송했다. 

남부지검은 지난달 27일 한국당 의원 20명에게 이날부터 지난 4일까지 출석하라는 출석 요구서를 보낸 바 있다. 두 출석 요구서에서 지명된 의원은 겹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종전과 같이 불출석으로 응답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전까지 한국당의 출석 불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조국(54)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형평성 논란으로 도마에 올라 향후 어떤 대처를 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발 6명→소환 19명…검찰 본격 수사 돌입?

국회에서도 검찰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참고인 조사를 위해 지난달 30일 서울남부지검에 나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소환 불응 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바로 요청해야 한다”며 “제1야당이라고 해서 검찰의 칼이 무뎌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 역시 종전과 다르게 단호히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풀이가 나왔다.

여론을 의식한 검찰이 강제수사를 진행할 경우, 당시 패트 사태에 연루된 한국당 보좌진과 당직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의원의 경우 불체포 특권에 의거, 현행범이 아니면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보좌진과 당직자의 경우 이 특권에서 배제돼 구속 영장을 받게 될 수 있다.

보좌진이 이번 고소·고발로 금고형 등 실형을 받는다면 직업을 상실하고 연금에 제한을 받는 상황이 빚어진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 3은 국회 회의 방해죄를 범해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됐을 경우 퇴직하도록 규정한다.

또 공무원연금법 제65조는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줄여 지급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직무와 관련 없는 과실로 인한 경우 및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9조의 경우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퇴직하게 되고 나아가 ‘결격사유’에 해당돼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현재 보좌진은 국가공무원으로 분류된다.

당초 패트 사태로 고소·고발된 한국당 보좌진은 6명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검찰에 송치된 후 출석 요구를 받은 이들이 19명으로 늘어 논란이 커졌다.

“정치행위, 法으로 재단해서는 안 돼”

한국당은 이례적으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하며 이러한 논란을 진화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지난 1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5시간가량의 조사를 받았다.

조사 이후 그는 “부당한 고소·고발에 따른 수사로 결과적으로 불법이 된 사건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불법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에서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 기조로, 오늘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불체포특권이 없는 당직자 등의 출석도 막을 것”이라며 당의 뜻을 강조했다.

보좌진을 향한 세간의 여론을 의식해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냐고 묻자 한국당 관계자는 “지휘책임이라는 게 있다”며 “기본적으로 보좌진에게는 (윗선의) 지휘와 이에 대해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차라리 내 목을 쳐라’는 강경 발언 역시 이 같은 조직 논리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 대표의 소환 조사 이튿날인 지난 2일 자유한국당 국회 보좌진협의회(이하 한보협)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출석요구서가 왔다고 해서 다 출석할 의무는 없다”며 당과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관계자는 “보좌진은 우리 당의 가장 중요한 일들을 전면에 나서서 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항상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은 맞다”며 “현행 법령상으로 (이들에게) 불체포특권이 없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법률자문단 등 당내 법적 대응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최대한 그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5일 고소·고발당한 보좌진·당직자 일부가 모여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30여 명의 관계자가 모였으며, 검사 출신인 김도읍·정점식 의원과 당 전략기획부총장인 추경호 의원도 자리했다.

하지만 보좌진 사이에서는 이날 회의에서 뚜렷한 대책이 세워지진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 한국당 보좌진은 이날 회의에 대해 “얼굴만 보고 왔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적에 한국당 관계자는 “대책회의뿐만 아니라 실무회의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보좌진 역시 당에서 함께 가는 동지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당 대책을 세워야 된다는데 모두 동의하고, 지금도 대처 방법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치행위는 그 자체로 봐야지 일일이 법적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제일 좋은 방법은 양당이 (패트 사태 관련 고소·고발을) 서로 간의 정치적인 행위로 이해하고 물러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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