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관련 사교육 유발 가능성 높은 항목 ‘수상 경력’
‘진로상담 지도’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사례 많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뉴시스]
유은혜 교육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2월 1일 종영한 JTBC 금토극 ‘SKY 캐슬’이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과 관련된 입시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시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여의도 국회에서도 입시컨설팅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도 나오고 있다.

올 초 고액 입시컨설팅이 소재로 등장한 드라마 방영에 뒤이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발표로 주목받은 ‘진로·진학 학습상담’, 이른바 ‘입시컨설팅’ 교습비가 지역에 따라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교육부는 과도한 컨설팅 비용 문제 해소를 위해 연내 ‘진로·진학 학습상담 학원교습비 분당 조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대부분 지역에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177개 교육지원청 중

28군데만 교습비 분당 조정기준 마련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운영위원회)이 지난 2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진학상담·지도 교습과정 교습비 분당 조정기준’과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등록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진학상담·지도 교습과정 교습비 분당 조정기준을 마련한 곳은 전체 177개 교육지원청(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포함) 중 28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분당 5천 원을 기준으로 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단 1곳뿐이었다.

‘진학지도’ 교습 계열로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교습과목은 지난 4월 기준 총 1,419개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교습비 기준이 없어 교습비 차이는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내 ‘진학상담지도’로 등록된 교습과정의 시간당 교습비는 최저 1,105원에서 최고 30만 원까지 차이가 상당했다. 강남서초 지역의 경우 시간당 30만원을 기준으로 총 교습비가 한 달에 630만 원, 하루에 200만 원으로 등록된 곳도 있었다.

문제는 교습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타 지역도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기준에 맞춰 교습비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부교육지원청과 강서양천교육지원청에 등록된 진학상담지도 교습과정의 최고 교습비 역시 시간당 30만 원이었다.

물론 이마저도 교육청에 등록된 학원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는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음지에서 운영되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교육부는 관계부처 합동점검을 통해 서울·경기지역 무등록 입시컨설팅업체 14곳을 점검한 결과 무등록 학원으로 4곳에 대해 고발 등 조치했다.

지난 9월에는 서울 양천과 강남, 경기 성남 지역 입시컨설팅학원 9곳에 대해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교습비 초과징수, 고지 위반, 학원명칭 표시 위반 등이 적발된 8개소에 대해 벌점과 과태료 등 27건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경미 의원은 “사교육비는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교육격차를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공교육 내실화와 대입제도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의 노력과 더불어 사교육 시장 과열 방지와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교육부의 대처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학종 ‘금수저 요소’ 폐지

 

입시컨설팅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4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와 학생부 축소를 언급하면서 학종의 ‘금수저 요소’ 폐지는 기정사실화 됐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오전 교육부 실·국장 등 주요 간부와의 비공개 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미 지난해 발표한 내용에 자소서나 학생부를 대부분 축소·단순화시켰다”며 “그 부분을 더 보완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가 언급한 자소서와 학생부 비교과 축소안인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경력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편차가 큰 대표적인 ‘금수저 요소’다.

특히 자소서는 컨설팅 등 사교육을 통해 대필한다는 의혹이 높다. 교육부도 지난해 4월 대입개편 공론화를 위해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한 안에 학종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폐지 등 전형 서류 개선 ▲대입 평가기준 및 선발결과 공개 등을 담았다. 이 중 2022학년도 대입부터 교사추천서는 폐지됐지만 자소서는 대필·허위작성 여부가 확인될 경우 의무적으로 탈락시키는 수준에서 그쳤다.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교내 대회가 빈발하고 학교마다 편차가 큰 데다, 내신 성적이 높은 학생만 소위 ‘몰아주는’ 관행을 만들어 논란이 된 요소이기 때문이다.

수상경력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때 제출한 대외 수상경력도 허위 논란이 일어난 만큼 손질이 불가피하다.

교육부가 지난 2017년 학생·학부모·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 17만672명을 대상으로 학생부 관련 온라인 인식조사를 실시했을 때에도 응답자 43.6%가 가장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은 항목으로 ‘수상경력’을 꼽았다.

자율동아리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관심사 등 외부 활동을 살필 수 있다는 지적과는 달리 독서토론 동아리 이름을 빌려 부모 도움으로 해외 대학 교수를 모시는 사례까지 포착됐기 때문이다. 학생부·자소서 기재가 금지된 소논문(R&E) 활동을 대입에서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등 입시활동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처럼 비교과 요소를 전면 금지할 경우 대학이 학종 도입 취지를 살려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교육부가 학종의 공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정책숙의를 통해 2022학년도 입시부터 ▲부모 정보 삭제 ▲대입 제공 수상경력 개수 학기당 1개로 제한 ▲자율동아리 기재 개수 학년당 1개로 제한 ▲소논문 미기재 등을 골자로 한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도 발표한 상태다.

자소서와 학생부 축소 외 두 번째 개선방안으로는 학종 정보공개 제도가 거론된다. 실명으로 모든 학생의 선발기준을 낱낱이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학 차원에서 학생의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고 전형 기준과 결과 등 정보공개 의무를 부여하자는 차원이다.

마지막 방안은 학종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학종에서 높은 점수를 얻더라도 객관적인 학력을 갖추지 못하면 탈락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차원이다. 대입 간소화 방안에 따라 2019학년도 입시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유지하는 대학은 서울대와 고려대 등 소수에 불과하다.

다시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할 경우 2025학년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추진 중인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나아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부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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