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에 ‘비상’인데...‘똥발’ 곪은 닭발은 ‘잠잠’

제보자 A씨로부터 입수한 해당 유통업체의 내부문건에 담긴 폐기 직전의 닭발 사진.
제보자 A씨로부터 입수한 해당 유통업체의 내부문건에 담긴 폐기 직전 닭발 사진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지난달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닭발과 관련한 각종 언론매체들의 보도와 국민들의 분노로 가득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합세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된 분위기다. 그나마 돼지열병에 따른 보건당국의 발 빠른 대처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일정부분 해소해 준 모양이다. 돼지열병으로 인한 혼란 때문일까. 닭발 사태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안감 증폭은 물론, 닭발을 취급해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마음도 답답하기만 하다. 본지 제1315호(7월 15일자)의 기사 보도 이후 현재 닭발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보건당국 “전수조사 진행 중”...조사 발표 시점은 아직 ‘미정’

문제 업체 법적 제재 없었다?...검역소 “문제 제품 전량 폐기”


경기도 김포에서 13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 지난달 23일 3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김포 통진읍과 같은 지역인 만큼 김포에서 발생한 2번째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양돈 농장에서 폐사한 돼지를 정밀 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돼지열병을 발견할 수 있던 건 지난 2일 저녁 돼지 2800마리를 기르는 해당 농장주가 돼지 4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했기 때문이다.
 

전직원 A씨는 “지류증으로 의심되는 닭발 단가를 책정해 유통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전수조사 결과는 ‘묵묵부답’

먹거리 안전을 둔 국민들의 걱정이 고조되자, 정부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7월 보도된 ‘[단독](주)해나루싱싱닭, 폐기 직전 닭발 헐값 유통 충격(이하 곪은 닭발)’에 대한 소식은 깜깜무소식인 듯 보인다. 본지 보도 이후 JTBC 탐사플러스는 곪은 닭발에 대해 보도했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나 대처방안을 발표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 당시 식약처 측은 “보도된 곪은 닭발은 유통되면 안 되는 것으로, 닭발을 처리하는 국내 1500여 개 업소의 위생 상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대변인실은 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 “현재 1500여개 업소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중인 것은 맞지만, 이에 대한 결과‧발표가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본지에서 다뤘던 곪은 닭발 유통 업체에 대한 별다른 제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 축산물위생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해당 업체에 대한 제재나 처분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접수된 바 없다”며 “닭발 사태 이후 농림부나 도 차원에서도 관리‧감독 관련 지시가 이뤄지는 만큼, 검역 조치를 강화해 문제시된 제품은 전량 폐기하고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 당시 해당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대한 현장 위생점검에 나섰지만 위생 또는 유통 과정에 있어 문제가 발견된 사항은 없어 별도의 제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도축검사관 또는 도축검사원의 검사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매일 도계하는 5만 수~15만 수의 닭발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사회적 파장이 일자 해당 시험소는 언론 보도를 통해 “돼지나 소의 내장보다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으며, 살모넬라나 대장균 등의 검사를 더 세밀하게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닭발 사태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자, 일각에서는 섭취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식약처에 따르면 관리‧감독에는 나서겠지만 섭취 가이드라인 등은 따로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 식약처 대변인실은 “문제가 된 닭발은 생산 단계에서 유통과정으로 넘어올 수 없는 건이므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은 ‘허용한다’는 의미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해 이를 논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류증 등에 감염된 닭발이 유통될 수 없는 근거는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가 가진 고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수첩] 피부병 무좀 닭발...“먹어도 안전하다며”

식약처, “과일 곰팡이 도려내고 먹는 것과 같다”

본지 보도 이후 한 매체는 시중에 유통되는 닭발을 무작위로 선정해 세균검사에 나섰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유통 닭발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고, 이는 화장실 변기의 세균보다 1만 배나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부 닭발에서는 리스테리아나 대장균 등의 식중독균도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지류증 등의 곰팡이균이 있는 닭발은 삶는 등의 조리 과정에서 멸균처리되므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닭발에 곰팡이가 핀 부분을 잘라내고 먹는 것은 썩은 사과나 곰팡이가 핀 귤 등의 과일을 먹을 때 해당 부분을 도려내고 먹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도 덧붙인 바 있다.

하지만 닭발 사태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일자 일각에서는 또 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한 의료전문가는 “가열하는 등 조리과정에서 멸균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식중독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해당 전문가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만들어내는 장독소는 내열성이 강해 100℃에서 30분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며 “만일 유통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됐다면 닭발을 고온에서 조리해 섭취한다 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례 중 3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균에 감염된 닭발을 섭취해 식중독에 감염될 경우 복통, 설사, 발열 등을 겪게 된다. 이에 더해 방광염이나 중이염, 피부나 점막에도 화농성 감염증까지 겪을 수도 있다. 위장 점막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더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보건당국은 방송 매체 보도 이후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자 시중에 유통되는 닭발을 전수조사하겠다는 등 급히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만약 해당 방송이 보도되지 않았더라면,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지 않았더라면 식약처는 기자와 같은 문의를 한 국민에 어떤 식의 대응에 나섰을까. 먹을거리 안전을 두고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한 국민으로서, 새삼 보건당국의 역할을 두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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