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친조카 성폭행 사건’ 피해자 참석…“가해자는 성직자 못하게 해야”

지난 4일 '익산 여성의전화'는 '종교인의 성폭력, 종교계는 근절의지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익산 여성의전화 제공]
지난 4일 '익산 여성의전화'는 '종교인의 성폭력, 종교계는 근절의지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익산 여성의전화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익산 여성의전화(대표 하춘자)는 지난 4일 오전 익산 여성의전화 4층 교육원에서 ‘종교인의 성폭력, 종교계는 근절의지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발제로 참석한 황지영(전주시인권센터 옹호관) 씨는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라는 종교 안에서 성폭력이 존재함에도 종교 안의 ‘침묵의 카르텔’이 성폭력 사실을 발화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씨는 종교 내 직분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성폭력은 해당 종교와 직분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사랑과 용서’를 베풀라고 강요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성직자가 남성이 많은 종교 내에서 성직자에게 많은 권위가 집중되는 구조”라며 “성직자와 교인은 뚜렷하게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관계라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은 피해자가 이미 불리한 위치에서 발화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말고 가해자에게 질문을 던져야 올바른 해결책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는 중학교 시절 신학 대학생인 삼촌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이유나(가명) 씨도 참석했다. 이 씨는 성폭력 가해자 박모 전 목사가 지난 2018년 교단(기하성 총회)에서 면직을 당했음에도 목회활동을 계속(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지원금을 받아 익산에 교회 개척‧순복음 주다스림교회)한다는 종교계(기독교) 불합리한 구조를 지적했다. 또 가해자가 더 이상 성직자로서 활동을 못하도록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로 증언한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도 성폭력 가해자인 성직자가 교단에서 제명당했음에도 전주에서 교회를 설립한 뒤 오히려 더 잘살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지역 내 종교계 성폭력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종교계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을 예방하고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종교 법에서 성폭력 가해 성직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안 마련되고, 집행될 때만이 예방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손인숙(익산 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장)씨는 “최근 익산시 북부권에 발생한 목사에 의한 교인 성폭력의 경우에도 1990년부터 발생해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한 원인은 우리 지역 종교계가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관대한 모습이 원인”이라며 “따라서 향후 종교 내에 인권 및 성평등 상담 기구를 세우고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감사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종교 관련 모든 시설의 종사자와 책임자는 반드시 범죄경력조회를 마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정기적인 성폭력예방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익산 여성의전화는 이번 토론회를 녹화한 영상을 자체 제작해, 각 종교계 책임자를 만나 보여주고 성폭력예방 활동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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