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어 교원의 사회적 지위 보장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어 교원의 사회적 지위 보장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제537번째 한글날을 맞은 9일 대학 내 한국어 교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를 밝히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오늘날의 한국어 세계화 뒤엔 자신들이 있다며 '선생님'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대학 부속 한국어교육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이라며 "대학 내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학을 향해 ▲한국어 교원의 노동조건 전수조사 ▲정당한 법적 지위 보장 ▲고용 안정과 노동 기본권 보장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경희대학교 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류미용 씨는 "새벽에 공항에 학생들을 데리러 가기도 하고, 아픈 학생의 입‧퇴원을 함께 하기도 했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행사에 참여했지만 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며 "학교는 근무조건을 개선하기는 커녕 행정 업무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최소 수업을 주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이라며 "한국어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1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친 서울대학교 교육원의 진문희 씨는 "얼마 전 경력증명서를 떼 보니 연구원과 시간강사, 직원 신분을 오갔다"며 "7~8시간 연강을 하며 밤새 한국어 교재 작업을 한 제게 최근 학교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들이밀면서 직원에게 방학이 웬 말이냐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어 교원으로서 외국인 학생의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고 밤새 만든 교재가 나오면 기뻤다. 한 학기가 무사히 끝나면 기쁜 마음으로 방학을 맞았다"며 "선생님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정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급하는 한국어 교원 자격증은 고등교육법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의 교원을 학생을 가르치고 학점을 주는 사람으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대학은 시간강사, 연구원, 직원, 용역 등 편의대로 우리를 분류하고 취급하지만 우리가 하는 노동은 교육이며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은 교원이어야 한다"며 "하루빨리 우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에 합당한 신분과 지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체류 외국인이 236만 명을 넘어서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양적인 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과 한국어가 부당한 착취의 도구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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