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워스’의 홈 경기장 ‘체이스 센터’ [뉴시스]
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워스’의 홈 경기장 ‘체이스 센터’ [뉴시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미국프로농구(NBA)가 중국의 거대 시장(돈) 앞에 무릎을 꿇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대릴 모리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이 홍콩 사태와 관련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자 중국이 발끈하면서 휴스턴과의 스폰서 계약을 취소하는 등 NBA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휴스턴은 부랴부랴 유감을 표시하고 아담 실버 NBA 커미셔너까지 나서 중국 측에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미국 내에서 돈 때문에 중국에 저자세를 보이고 있는 NBA를 통렬히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정치권에서조차 해결보다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어 사태는 악화일로다. 
NBA의 중국에 대한 저자세는 일견 이해 가는 부분도 있다. 적어도 자본주의 논리만 따지는 사람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중국의 NBA 시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의 프로스포츠 중 농구가 중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연평균 시청자가 5억~6억 명. 중계권료가 800억원 등 4조 원이 넘는 황금알을 낳는 대형 시장이다. 의류에서부터 운동화에 이르기까지 미국 농구 업체들은 중국에서 엄청난 호황을 누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 나왔으니 나이키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의류와 신발업체들은 글자 그대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수들도 중국 업체들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으면서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챙기고 있다. 휴스턴의 제임스 하든이 그 대표적인 선수로, 이번 사태가 자신의 계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중국 팬들을 위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NBA도 하나의 비즈니스인 만큼 이들의 이 같은 저자세가 무조건 나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이 아무리 돈이 개입돼있는 사안이라 할지라도, 이들의 행동은 잣대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들은 자국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소신을 피력하곤 했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그런 이들이 돈이 걸린 문제에서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홍콩 사태를 다루고 있는 중국의 반인권적 행위는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조차 비난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설사 그것이 남의 나라 내정간섭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해도, 미국에는 엄연히 표현의 자유가 있다. 어느 자리에 있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이 보장한다. 미국 일각에서는 ‘내로남불’식 잣대로 몰아붙이고 있는 NBA와 일부 스타급 선수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선수들이냐며 질타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였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자신이 부른 ‘미국은 나에게 어떤 나라인가’라는 노래를 통해 “미국은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말할 권리를 주는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로 여겨져 왔다. 
바야흐로 미국은,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그들이 가장 신봉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마저 돈 앞에서는 언제든지 내팽개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시사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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