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서 승승장구 특혜‘의혹’

IT(정보기술)부문 ‘노사모’ 역할을 했던 ‘현정포럼’이 정치권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중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벤처정책ㆍ정보화 등 IT분야 ‘싱크탱크’ 역할을 한 모임이 바로 현정포럼이다. 기억 속으로 사라진 현정포럼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성인오락기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우종식 원장이 현정포럼 회원 출신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게다가 회원 가운데 다수가 노무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게 속속 드러나면서 현정포럼은 ‘코드인사’의 또 다른 라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정포럼은 ‘현실을 이상과 조화시키는 정보기술 전문가들의 포럼’의 약칭이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워낙 역할이 컸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무현을 위한 정보기술 포럼’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천정배-이주헌 죽마고우 ‘산파’ 역할
현정포럼의 산파 역할은 천정배 당시 민주당 의원이 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죽마고우인 이주헌 외국어대 교수에 제안, 결성됐다. 이 교수는 선거가 임박한 시점, ‘IT전문가 1,014명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내 현정권 탄생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주헌(외대 경영정보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이남용(숭실대 컴퓨터학부), 김병기(전남대 전산학과), 신동익 (홍익대 경영정보학과), 최승억(전 SAP코리아 사장), 이국희(건국대), 오재인(단국대), 최성(남서울대), 박기영(순천향대) 교수와 유선호 현국회의원 등이 포럼 멤버다.
이밖에 정통부, 산자부 등 주요 정부 부처 내 전·현직 공무원은 물론이고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한국HP, 한국IBM, 한국통신, 삼성전자, LGCNS 등 IT업계의 현장 관계자들도 현정포럼에 가입해 노무현 후보의 IT 브레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정책분야별로 역할을 분담한 후 월 2∼4회 이상의 정기 정책개발 토론회와 친목모임을 통해 IT 관련 각종 정책과 공약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당시 민주당내 정책위원회와의 기능조율을 통해 노무현 후보 개인의 직능자문단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궁석ㆍ허운나ㆍ정세균ㆍ김효석 의원 등 당시 민주당 전문가 등과의 수시 모임이 그것이다.


기업체 중역 ‘승진’ 눈에 띄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게 ‘IT분야 4대 비전 10대 공약’이다. 또 ‘정보통신 1등 국가’란 표어도 포럼 멤버들이 만든 작품이다.
현정포럼은 대선 이후 ‘미래연구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고, 친목 도모 차원에서 월 1회 모임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와중에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우종식 원장이 포럼 멤버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어 구성원 멤버들 일부가 현정권에서 승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도 일고 있다.
현정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주헌 교수는 현정부 들어 IT 정책 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멤버의 한 명인 박기영 순천향대 교수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발탁된 뒤 황우석 사태로 인해 물러났고, 게임산업개발원 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던 우종식 원장은 승진한 경우다.
또한 천정배 의원의 친동생인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는 올해 초 전무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승억 전 SAP코리아 사장은 올해 초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으로, 이지운 IT서비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전무로 각각 승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현정포럼의 한 멤버는 “구성원 면면의 경력과 전문성으로 볼 때 특혜 주장은 억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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