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LA 다저스를 떠난다. 아니 떠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 하나. 다저스가 잡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올 시즌 초 다년 재계약을 하지 않고 1년짜리 퀄리파잉 오퍼를 한 것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올 시즌 성적을 보고 재계약하겠다는 의미도 될 수 있지만 다저스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구단이다.

당장 싼 값에 써먹을 수 있는 선발 투수 자원이 넘치고 넘친다. 건강이 불확실한 류현진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게다가 류현진은 재계약을 할 경우 다저스에 다년은 물론이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그의 에이전트는 업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스콧 보라스. 다저스는 류현진을 두고 그와 피곤하게 밀당하기 싫을 것이다. 

류현진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구단으로 가고 싶다며 보라스에 계약 문제를 일임한 상태다.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쳐주는 구단이 나타난다면 그 곳이 어디든 가겠다는 뜻이다. 

류현진으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올 시즌 퀄리파잉 오퍼로 2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연봉을 경험하긴 했으나 류현진은 단년이 아닌 다년에 그 같은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는 그래서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톱클래스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나 그런 기록을 작성하기도 쉽지 않다. 

추신수가 신시내티에서 1년간 뛰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3천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한 사실에 류현진은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추신수에게 대박을 안겨준 인물도 보라스다. 

다만, 류현진은 추신수처럼 7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당하기 쉬운 투수라는 딱지가 항상 따라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어느 수준에서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보라스는 가능하면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그것은 류현진도 바라는 바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계약 기간을 다소 줄이면서 대신 연봉을 많이 받는 쪽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현진이 탐낼 만한 투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보라스가 장기 계약을 고집할 경우 구단들은 그를 포기할 수도 있다. 짧게는 2년을 제시하는 구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길어도 4년보다 길게 류현진을 데리고 있을 구단은 없어 보인다.

결국 류현진은 2년 또는 3년 기간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연봉은 계약 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류현진과 보라스가 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류현진은 자칫 미아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추세가 그렇다. 터무니 없는 기간과 연봉을 요구할 경우 그 선수가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구단들은 과감하게 그를 외면한다. 지난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 우승을 기여한 마무리 투수 크레이그 킴브럴이 그런 케이스다. 결국 시카고 컵스가 그를 품기는 했으나 자신의 뜻대로 계약하지는 못했다. 류현진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 없다. 

류현진이 과연 추신수처럼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 그의 행선지, 계약기간, 몸값 총액 등이 이번 스토브리그를 달굴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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