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내년 4월 선거 공천을 둘러싼 자유한국당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첫 당무감사를 실시, 당무 감사결과를 기반으로 현역의원 등에 대한 자진사퇴 유도 등 현역 물갈이 기초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 대표가 최근 주변에 ‘공천 물갈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황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옅은 친박색을 띤 영남권 출신 A인사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의원들은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등 지역별로 물갈이 비중을 맞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공천을 둘러싼 지역 의원들 간의 혈투도 본격화되고 있다. 피 말리는 생존경쟁의 서막이 예고되는 한국당 공천 전쟁 속으로 들어가 봤다.

- 대표 충성경쟁속 의원들 신경전… “나만 물갈이 대상 아니면 된다”
- 황,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주변에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지만 언제 어디서 ‘돌발 악재’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할 경우 한국당은 공격 대상 포인트가 사라져, 조국 사태가 오히려 한국당의 독으로 바뀔 수도 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국 12월 사퇴설이 나돌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주요 인사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불출마 움직임을 보이며, 인적 쇄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제1야당인 한국당으로서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의원들이 ‘조국 사태로 인해 지금 총선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냉정하게 평가하면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투쟁 일변도인 상황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선 당내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황 대표도 “이기려면 우리부터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黃 전대 물밑 지원 A 공천심사위원장 낙점?

이런 가운데 ‘황교안 발 공천 물갈이’ 기류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공천 물갈이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던진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의원은 “황 대표가 ‘외부인사 10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부인사 5명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주변에 했다”면서 “이는 현역의원에 대한 공천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말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황 대표는 측근들에게도 인적 쇄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차원에서 황 대표는 당무감사위원 9명을 전원 교체했고, 이 과정에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특위 위원장에 임명된 배규한 백석대 교수를 제외하곤 공개하지 않았고, 당무감사위원 면면도 비공개로 했다.

당무감사도 실시하고 있다. 당내 사무처 직원들을 투입해 7일~21일까지는 원외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국감이 끝난 이후인 22일부터 31일까지 원내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11월에 감사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총선 공천에서 인적쇄신을 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고 평가한다. 더 나아가 전당대회 때 황 대표를 물밑에서 지원했던 A 인사가 내년 총선 불출마를 대신 공천관리심사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 인사를 통해 ‘황교안 사람 심기’ 작업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 강세 지역 ‘물갈이’ 중심 될 것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강세 지역 현역 의원들이 물갈이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는 3선이상 중진 의원들이,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는 진박 및 친박 의원들이 공천 물갈이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산, 울산, 지역에서 3선 중진 의원은 울산에 지역구를 둔 정갑윤 의원, 경남에 지역구를 둔 여상규, 김재경, 이주영, 부산에 지역구를 둔 김무성, 김세연, 김정훈, 이진복, 조경태, 유기준, 유재중 등 총 11명이다. 이 중 불출마를 밝힌 김무성 의원은 최근 용산 출마설이 흘러나오는 등 출마를 번복, ‘중진의원 수도권 차출’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반면,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한국당 소속 3선 이상 의원은 주호영, 강석호, 김광림, 김재원 의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는 친박계가 다수 포진해 있어 진박 공천에 연루된 인사 등이 물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상으로 친박핵심이었던 최경환 의원과 이완영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경산과 고령·성주·칠곡 등에 친박 색채가 없는 인사가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앙당과 지도부의 참신성을 부각하기 위해 친박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수통합 차원에서 친박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충성’, ‘독대’ ‘견제’ 현역의원들의 생존법

이런 가운데 현역의원들은 ‘황교안발 공천 물갈이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황 대표에 대한 충성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황 대표와의 친분을 쌓아야만 공천 물갈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단적인 예가 바로 삭발투쟁이다. 한국당 이주영 국회부의장, 김석기, 강효상, 이만희, 최교일 의원 등이 삭발투쟁을 벌였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삭발 동참을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눈도장용’”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대다수다. 실제로 삭발한 의원들의 지역구는 한국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내년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황 대표로부터 미션을 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황 대표로부터 미션을 받은 의원들은 공천을 받을 수 있고, 황 대표로부터 미션을 받지 못한 의원들은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말이 농담처럼 흘러나왔다”며 “황 대표로부터 미션을 받은 의원들은 황 대표와 독대를 할 수 있다. 특히 미션 수행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공천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현역의원들 간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한 박명재 의원의 질의를 두고 ‘최악’이라 평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박 의원을 두고 지역구 지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던 휴대전화가 언론의 카메라에 찍히면서 포항지역 정가가 술렁였다. 당시 김 의원이 지인에게 “박명재 최악의 질문 최악 최악”이라고 써서 지인에게 보내자, 지인은 “왜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지인이 맞장구를 치지 않자 김 의원은 “잘했습니다”라고 보냈다. 지인이 또 “마지막은 잘했는데요”라고 보내자, 김 의원은 “마지막 원고는 그냥 읽슨(읽은)”이라고 썼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에선 “‘포항지역은 1명이 공천을 받고, 1명이 공천에 탈락하는’ 특수성이 있어, 김 의원이 박 의원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도적으로 카메라에 찍힌 것 같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복당 노크를 하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복당 불가’ 결의를 하는 등 ‘공천 사수 작전’에 돌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