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으로 뿔난 청년층 달래며 임기만료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에 대한 의혹으로 시작된 입시비리 불씨가 국회로 옮겨붙었다. 입시비리 관련 비판 여론이 높자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 주장이 나왔고 국회가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전수조사를 놓고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의 국정조사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20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는 청년층을 달래기 위한 수단일 뿐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8월 9일 개각 명단에 포함된 후 자녀의 입시비리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조 장관은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최근 조 장관의 가족을 소환조사하면서 수사를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달 24일 조 장관의 아들을 불러 서울대 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 발급과 조 장관의 딸과 같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발급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6일과 22일에는 조 장관의 딸을 비공개로 소환해 고교생 신분으로 제1저자에 오른 단국대 논문 작성 과정과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 발급 과정,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지난 3일, 5일, 8일에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를 불러 입시비리 관련 사안을 조사했다.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앞서 조 장관의 자택과 연세대 대학원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조 장관의 가족을 불러 본격적으로 입시비리 관련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자녀 의혹에 “조국 물타기” 주장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중 자녀 입시비리 불씨가 국회로 옮겨붙었다. 특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에 대해 ‘원정출산’, ‘부정입학’ 등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16일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나 원내대표와 이 모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혹에 대해 ‘조국 물타기’ 라고 규정했다. 그는 원정출산에 대해 “부산지법 근무 당시 서울에서 아들을 낳았다.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해명했고 아들의 논문 저자 부당 등재 의혹에 대해서는 “제 아들은 고등학생이 충분히 소화 가능한 범위의 연구로 입상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조 장관·본인의 딸·아들에 대한 의혹을 모두 특검하자고 제안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한국당이 ‘조국 국감’을 예고한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는 조 장관과 나 원내대표의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여야가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지난 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 아들이 제1저자로 논문 등재한 과정, 세계대회에서 수상한 실적을 제출해 세계 유수 대학에 입학한 과정 등 기존 학생과 비교해 공평하게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교육부 국정감사를 통해 조 장관 자녀 의혹 진위를 파악하고 바로잡고자 증인·참고인으로 조 장관 비리 관련자들을 요청했으나 여당은 한국당 원내대표 아들과 딸 관련 자료를 요청하며 물타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 날인 4일 교육위원회 2일차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의혹에 대한 공방이 되풀이됐다.

국회가 공방을 이어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과정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 청원자는 “특목고 학생을 위한 명문대 수시입학의 절차와 방법은 ‘그들만의 리그’로 일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형평에 맞게 모든 국회의원과 국회 당직자의 자녀, 고위 공직자 자녀의 명문대,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등의 수시입학을 전수조사해 달라”고 적었다.

전수조사 시기 놓고 여야 입장 차만 확인

국민 여론에 국회가 반응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최근 조국 정국을 통해 기득권의 대물림에 있어 보수와 진보가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정치권은 특권 품앗이 등 그들만의 관행을 청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응답해야 한다”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들에 대한 입시비리를 전수조사하자고 제안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또한 국회의원 자녀 입시 관행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며 “윤리위원회를 구성해도 좋고 따로 독립기구를 만들어 제보와 조사를 담당해도 좋다. 교육 공정성 확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도 “저는 거리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까지 동의하자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전수조사 실시 시기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한 후에 전수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지 않으며 이견 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정조사와 특검에는 한마디 답도 안 하면서 자녀 전수조사를 운운하는 것은 여당의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아무리 ‘만사조국’이라지만 선(先) 조국, 후(後) 논의는 전수조사를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교섭단체 3당 회동에서도 전수조사 시기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국당은 조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민주당이 받아야 전수조사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요서울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종료된다면 국정조사와 전수조사를 함께 할 수 있냐는 물음에 “국정조사와 전수조사는 다른 사안”이라며 조 장관 국정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위한 법안을 곧 발의하겠다며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야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 변화 없이는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 감사원과 교육부 차원의 전수조사를 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며 교육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하더라도 강제 수사권이 없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여야가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전수조사를 맡을 기구와 위원 구성 등 여야가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사안이 많으므로 20대 국회 임기 내에 전수조사 실시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야의 전수조사 논의는 ‘조국 사태’로 뿔난 청년층을 달래기 위한 선거용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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