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이 내년 총선을 맞이해 야심차게 내놓은 동진 전략이 조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전만 해도 대구·경북(TK)지역에 청와대, 정부 출신 인사들을 전략 공천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첫 번째 영입인사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고 이어 구윤철 기재부 2차관, 노태강 문체부 2차관,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이상직 전 국무조정실 민정실장,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이삼걸 전 행안부 차관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장관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TK 내 반문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가 대규모로 개최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특히 TK 전략공천 영입 1호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구미 출마설에 대해 “고민 끝에 불출마하기로 했다”고 조국 논란이 한창이던 9월 중순 밝혔다.

경북 부지사를 지낸 김현기 전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역시 여당으로 고령·성주·칠곡에 출마를 준비중이었다가 조국 사태 이후 바뀐 TK정서에 한국당으로 말을 바꿔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총선 차출설이 나오던 구윤철 기재부 2차관과 노태강 문체부 2차관 등도 출사표 던지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 성향의 TK인사들의 TK 출마 자체를 꺼리면서 민주당 동진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당초 총선 1차 진지를 TK에 구축해서 2차 진지인 PK까지 방어하려는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모양새다. 결국 부산이 고향인 조국 장관으로 시작된 논란이 PK 선거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집권여당과는 달리 조국 사태가 차기 대망론의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여권 인사가 있다. 바로 김부겸 진영이다. 당초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무사 생환할 경우 차기 대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청와대와 중앙당에서 TK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내려보내고 공을 들이면서 기대감에 쌓여 있었다. 그런데 출마 예상자들이 하나 둘씩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오히려 김부겸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만약 김 의원이 당청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TK에서 1차 진지를 구축할 경우 여당내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더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김 의원실에서는 지역구에 토박이보다는 힘 있는 야당 후보가 오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공중전에 밀리는데 지상전에 강한 후보가 경쟁 후보가 될 경우 더 승리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TK에서 김 의원이 집권여당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김 의원에게 돌파구를 만들어 준 셈이 됐다는 게 민주당 내 평가다.

TK 인물 부재론도 한몫하고 있지만 ‘김부겸은 살려줘야 한다’는 동정론이 일 공산도 높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김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TK출신 대권 주자로서 PK 출신 잠룡에 비해 홀대를 받아 온 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홀대 분위기가 내년 총선을 맞이하는 김 의원에게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아졌다. 특히 친문 주류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밀고 있는 PK 출신 조국 장관으로 인한 논란이 TK 출신 비주류 김 의원의 대망론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정치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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