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집행정지로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모습이 본지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본지 취재진에게 김 전회장이 포착된 것은 지난 3월 27일 오후 세브란스 병원 심장혈관병동 입구에서다. 이날 김 전회장은 2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산책을 나가던 길이었다. 김 전회장은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본지 취재진은 2주일 간의 탐문과 잠복 끝에 김 전회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날 김 전회장의 수행원들은 본지 취재진의 앞을 가로막으며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다.

한 수행원은 “아프신 분에게 왜 이러느냐”며 취재진을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김 전회장은 수행원의 뒤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김 전회장은 “지금 어디 가시는 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수행원들 뒤쪽으로 향했다. 카메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이고 뒤켠에서 취재진과 수행원들 간의 시비를 지켜보기만 했다.김 전회장은 지난 99년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자 5년 8개월 동안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자진입국했다. 서울 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황현주 부장판사)는 김 전회장을 41조원의 분식회계 및 10조원 사기대출, 25조원의 외화 불법반출 등의 혐의(특가법상 사기 등)로 곧바로 구속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구속 1개월만에 지병악화를 이유로 재판부로부터 구속집행정지 판결을 받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입원 가료중이다.그동안 김 전회장은 언론과 세인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산책이나 등산 등 운동으로 소일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관 VIP실과 심장혈관병동 특실을 오가며 지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김 전회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른바 ‘황제병실’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김 전회장이 입원해 있는 곳은 본관 12층 특실12XX호실이다. 수행원들은 옆방인 12XX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회장은 특실 2개 병실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2개의 병실 이용료는 하루 134만원이다. 김 전회장 병실 이용료가 하루 70만원, 부속실처럼 사용하는 병실이 64만원이다.

일반 병실의 경우 하루 9,500원인 것에 비하면 ‘황제 병실’이 아닐 수 없다. 수행원들은 대략 4~5명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출신 전직 임원을 중심으로 김 전회장 개인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회장은 재판과정에서 전재산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해 무일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의 현상황은 이같은 발언을 한마디로 무색케 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그동안 4차례에 걸쳐 김 전회장의 구속집행정지 연장신청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김 전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석을 신청했다. 집행유예 판결을 염두에 두고 형이 확정되기 전에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받아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강병호 전대우사장에게 징역 5년을, 나머지 임원 7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우중 전회장에 대해선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법원은 김 전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2개월 연장해 줬다. 벌써 이런 식으로 4차례에 걸쳐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김 전회장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현재 상태를 알려 재판부에 연기 신청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세브란스측도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봐주기가 아니냐며 떨떠름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보석으로 풀어주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부도 보석 신청을 낸지 3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 통상 피고인측이 보석을 신청하면 7~15일이면 결과가 나오는 것에 비춰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한편 김 전회장측의 한 핵심측근은“최근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은 정상적인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세브란스 병원측의 한 관계자도“처음보다 건강은 많이 회복되었다.

처음에는 답답한 듯 복도를 오가며 운동을 했으나 요즘에는 산책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 김 전회장은 오전에 나갔다가 오후 3~4시까지 5~6시간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김 전회장이 옛 대우직원들을 만나 재기를 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하여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루머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이 같은 소문은 김 전회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금호그룹과 유진그룹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금호는 고 박정구 회장의 장녀 은형씨와 김우중 전회장의 차남 선협씨(아도니스컨츄리클럽 대표이사)가 부부라서 사돈의 인연이 있고, 유진은 현재 김 전회장의 비서 겸 홍보책임자를 맡고 있는 핵심측근이 지난해까지 유진그룹의 홍보 전무를 맡았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핵심측근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하여 김 전회장님께서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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