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철수가 뜬금없이 깜작 3위에 올랐다. 조사기관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주일 전의 리얼미터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조국 법무부장관이 3위에 오른 것과 비교해도 뜬금없는 일이기는 하다. 이러한 뜬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인 것 같아 못내 안타깝다.

어쨌든 안철수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의미 있는 순위에 오른 것은 안철수 개인에게는 커다란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의 본선까지 진출한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실제 3위에 오른 뒤, 실로 오랜만에 대선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가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현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은 벌써 8년도 전의 일이다. 지지율 50%였던 그가 지지율 5%였던 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을 때, 그는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의 그 어떤 정치인보다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그는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의 그 어떤 정치인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 때는 그랬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정치적 부침을 겪었다. 국회의원으로 화려하게 정치인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의 정치력에는 늘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떠났고, 그들이 떠난 이유가 안철수에게 있었다는 것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진실 같은 이야기다.

그가 작년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3위로 낙선한 뒤, 그에게 3이라는 숫자는 낯설지 않은 숫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할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3으로부터 벗어나고 3을 극복하기 위해 유럽으로 외유를 떠났지만, 막상 그에게 내년 21대 총선거를 앞두고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조국 정국이 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진영논리가 거세게 충돌하면서 이에 지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몰염치도 아니고, 자유한국당의 몰상식도 아닌 새로운 것을 갈구하게 되었다. 8년 전 그가 정치인으로 등장하던 시대와 비슷한 정치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갤럽 여론조사의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3위는 그러한 시대상황이 만들어 낸 결과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를 곧바로 현실정치에 복귀시킬 것 같지는 않다. 그에게 주홍글씨처럼 붙어다니는 정치적 의문부호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의 정치적 복귀를 바랐던 그의 측근들은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3위에 많이 고무되어 있는 것 같다. 안철수의 사조직은 이미 3위라는 숫자를 가지고 정치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런데 역으로 안철수는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3위의 결과를 내년 총선 불출마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안철수에게 내년 총선은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의 결투와도 같은 것이었지만, 자신이 호남정치세력과 결별하면서까지 만들었던 바른미래당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고, 어느새 자신은 대주주의 지위도 잃어버린 상태다.

진영 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 중간지대가 열리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하에서는 이를 살릴 묘안이 마땅치 않다. 21대 총선은 안철수에게 한여름 불구덩이를 향해 돌진하는 풀벌레 같은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갤럽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3위의 결과는 안철수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안철수는 21대 총선 불출마의 명분이 생겼고, 20대 대통령선거에 직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그의 능력에 달려 있다. 안철수는 운이 참 좋은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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