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3조 7000억 투자… 한국기업 중 두 번째 큰 규모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한 롯데에 대해 알아본다.

선진국,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추세… 한국과 대조적

트럼프 대통령, 대규모 투자에...신동빈 회장 백악관 초대 

지난 5월 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 셰일가스 기반 에틸렌 생산설비(ECC)를 건설했다. ‘셰일가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해외 설비 투자다. 국내 화학기업이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해 ECC를 건설한 기업은 롯데가 처음이다. 총 사업비는 31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투입해 미국 투자를 한 한국 기업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사업 투자는 이미 2016년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 ECC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연산 에틸렌 100만t, EG 70만t을 추가하면서 에틸렌 총 450만t을 확보하게 됐고 국내 1위, 세계 7위라는 명성을 얻으며 세계적 화학사로 자리매김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기업 총수로는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은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를 할 수 있게 인프라 구축을 잘 해놓은 상태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인센티브와 혜택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인들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는 그만한 성의를 표시하고 대가를 지불한다. 이처럼 한국의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통 큰 후원이다.

미국의 과감한 세제 개혁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인하와 다국적 기업 세 부담 경감, 해외소득유보 방지 위한 해외 자회사 배당소득 과세 면제, 상소증여세 공제금액 2배 확대 등을 내세워 세제 개혁을 추진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에서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정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또 원료 공급과 생산·판매 등 다변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경우도 미국 테네시주 주 정부 측으로부터 20년간 토지를 무료로 임차했다. 법인세 감면·도로 혜택도 제공받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의 경우 투자 규모에 따라 4년간 세금을 면제해 주고 9년간 소득세 50%감면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앞선 국가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강화 등의 규제와 환경단체들과 마찰로 국내에서의 투자 및 사업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다른 국가들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로 캐나다, 체코, 핀란드, 헝가리, 네덜란드, 덴마크 등 19개국은 인하한 상황인 반면 OECD 국가 중 인상한 나라는 슬로바키아. 멕시코, 그리스, 칠레, 아이슬란드, 한국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21.9%)보다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무려 21%로 낮췄고 일본도 39.4%에서 23%로 인하했다. 
 
롯데, 미국 투자 결실 맺나 

증권업계는 롯데케미칼이 미국 ECC공장 투자에 대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화학원료로 저렴한 셰일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래커 설비는 기존의 나프타 기반 설비보다 낮은 비용으로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 뛰어나다.

롯데케미칼은 연 100만t의 에틸렌을 추가 생산하고 유가 변동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시킬 전망이며 현재 3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9600억 원, 영업이익 34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 ECC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사업장보다 높다는 점이다. 다른 사업장의 영업이익률이 최대 10% 수준이라면 미국 ECC의 경우 29.9%를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4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법인세율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불황기에 법인세를 낮춰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각종 세액공제 혜택으로 인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율은 낮다고 반박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행 법인세 제도를 추가 개편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법인세율을 추가적으로 인하해야 할 유인은 크지 않다.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괜히 세수만 막대하게 줄고 투자촉진 효과는 없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기가 내려갈 땐 감세정책을 쓰고 호황기엔 증세정책을 쓴다”며 “다른 국가들은 유리한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인세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인세율을 높인 국가 중 칠레와 그리스는 극심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어 재정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인세율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분간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턴기업 수는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