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라서…” “자료가 없어서…” ‘가관’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이를 통해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시행해 정부를 감시, 비판한다. 쉽게 말해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피감기관의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에서는 피감기관이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횡행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국회와 피감기관 사이 팽팽한 신경전을 한번 들여다보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지난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지난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야당 관계자 “피감기관, 여당 때는 협조 많이 해 줬는데…” 
- 기재위, 사업 주무부처지만 축적한 현황 파악 ‘전무’ 지적

국정감사(이하 국감)는 매년 가을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였다. 때로는 국감장에 불려온 ‘핫’한 증인이 눈길을 끌었고,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를 돋보이려고 옷부터 동물까지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기도 했다.

국감이 일종의 ‘정치 이벤트’로 끝나면 안 된다. 국감의 본질은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들여다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보통 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의 현안을 점검하고 관련 부처 또는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송달받은 뒤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의혹이나 부정행위 등이 발견된다면 국감장에서 질의를 통해 실체를 밝혀내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에서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野 “야당 되니 자료 받기 어렵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피감기관의 자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야당은 ‘야당이라서’, 여당 측은 ‘왜 한식구 때리기를 하느냐’며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 송달이 늦어진다는 주장이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과 야당일 때 (피감기관의 대우가) 좀 다르다”면서 “여당 때는 피감기관이 협조도 많이 해 줬는데 야당이 되니 전화도 안 받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 독촉을 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야당 의원들이 초창기에 ‘자료제출 해 달라’고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자료요청 등은 ‘의정자료시스템’이라는 전산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를 이용해 피감기관에 자료 요청서 등을 보내도 응답이 없다는 것이다.  자료를 받기 위해 추후 연락을 취하면 그제야 자료를 보내오지만 그마저도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야당은 자료 받기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여야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견해다.

대개 여당은 정부 기조와 궤를 함께해 정부 친화적인 면모를 띠는 반면, 야당은 정부 정책 등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이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는 보통 정부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를 받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료제출이 늦어질 경우) 독촉해도 때 늦게 오기 때문에 (자료가) 안 오는 걸 염두에 두고 한다”며 “국감은 당일로 치러서 그날 오후에 자료를 받는다 해도 효과적으로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료를 받는 게 국감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자료 요청에 대한 권한은 국회에 있고, 당연히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구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대개 국감의 큰 이슈는 제보와 취재를 통한 것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료 받기 어려운 상임위 따로 있다?

‘여야’가 아닌 ‘상임위’에 따라 자료제출 여부가 다르다는 견해도 있었다.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마다 (자료를 받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정기 국감을 치르고 있는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정무위원회 ▲기재위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지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총 14개다. 

이 가운데 안보·보안, 기밀 정보 등과 관련 있는 국방위원회나 국감에서 수사 중인 사안을 다룰 소지가 있는 법사위 등이 고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법사위의 경우 검찰 등에 자료 요청을 해도 ‘수사 중인 사안이다’라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빈번해 자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기재위는 (피감기관에서) 자료가 축적이 안 돼 못 받는 경우도 있다”며 “부처에서 전혀 자료 정리가 안 돼 있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국가보조금사업의 주무부처인데, 이곳에서 국고보조금 사업이 각 부처별로 몇 개씩 있는지 현황 파악을 못하고 있어 황당하다”면서 “자료를 요청하면 ‘(축적해 둔 자료가 없어) 각 지자체 등에도 요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는 답변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국가보조금사업의 주무부처는 기재위다. 이곳에서 국가보조금 예산을 각 부처에 나눠 주면 이후 각 부처에서 지자체와 민간 등에 투입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국가보조금사업을 총괄 관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재부에 국가보조금관리위원회가 있는 건데 여기서 사실상 현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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