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祖國) 버리고 조국(曺國) 수호” vs “영웅이자 명판사”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 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 씨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웅동학원 허위 소송 및 채용 비리 의혹을 풀 단서였던 조 장관 동생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지난 9일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상황. 조 장관의 퇴진을 외치는 사람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영장을 기각한 적폐 판사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으며, 조 장관 지지자들은 무리한 검찰 수사를 막은 영웅이라며 명 부장판사를 치켜세우고 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단에 등장할 정도로 설전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김용남 전 의원 다른 부장 판사, ‘명재권 미쳤나봐하더라

從犯 2명 구속···검찰,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 기각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청구된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9일 새벽 기각했다.

조 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포기해 서면심리만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통상 피의자가 구속 심사를 포기할 경우 영장이 대부분 발부됐지만, 조 씨의 경우 장시간 심리를 거쳐 이날 새벽 기각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조 씨는 일가가 운영하는 사학법인 웅동학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 소송이 사실상 허위 소송이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조 씨는 웅동학원 사무국장으로, 원고와 피고 역할을 동시에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조 씨는 또 웅동학원 교사 지원자 측으로부터 채용을 대가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조 씨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씨와 조모씨는 모두 구속됐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배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진 점’, ‘배임 수재 부분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등을 언급하며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면서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 조사 등 수사경과, 피의자의 건강 상태, 범죄전력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재권 판사, 그는 누구?

명 부장판사는 9년간 검사로 근무하다가 지난 2009년 판사로 전직한 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임명됐다. 검사 출신이 중요 사건의 영장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이 된 것은 명 부장판사가 처음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그의 임명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8, 그는 영장 전담이 됐다. 명 부장판사가 투입되면서 기존 세 명이던 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는 네 명이 됐다. 당시 중앙지법은 영장 전담 재판부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전직 대법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의 반발이 강할 때였다. 이 때문에 검사 출신이 영장 전담으로 배치된 것에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명 부장판사를 배치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인 것이다. 그를 영장 전담으로 배치한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했다. 민 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일명 판사 블랙리스트사건의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명 부장판사는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그때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대한 영장 발부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 1월에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은 처음이었다. 명 부장판사의 영장 발부율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최근 행보에는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국 펀드운용사인 코링크PE 이모 대표, 코링크PE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인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이다. 또 조 장관의 동생인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청구된 6건의 구속영장 중 기각된 세 건이 모두 명 부장판사의 담당 사건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경우, 해외 도피 전력까지 있어 구속영장 기각이 이례적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조 장관은 침묵했다

수원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출신이자 자유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대책 TF’ 소속인 김용남 전 의원은 지난 10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명 부장판사의 판결에 대해 이해가 안 됐다. 법원에 있는 다른 부장 판사한테 제가 좀 화가 나서 당신이 속해 있는 법원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좀 해명을 해 봐라. 내 기준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물었더니 대답이 걸작이었다면서 “‘명재권이 미쳤나봐라고 하더라. 어떤 기준에 의해서도 합리적인 설명이 안 되는 거다. 명 부장판사가 지금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전담 판사로 가 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법 농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명의 영장 전담 판사가 있다. 옛날부터 그랬다. 법원 정기 인사는 보통 2월에 있는데, 작년 8월 인사철도 아닌데 갑자기 명 부장판사가 그 자리에 추가됐다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민중기 서울중앙법원장이 소위 지난 정권의 적폐 수사 관련해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하는 일이 있으니까 일종의 특명을 받고 그 자리에 간 것 아닌가,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사법 장악 저지 및 사법부 독립 수호 특별위원회회의에서 김 전 의원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나 원내대표는 명재권 영장담당 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민중기) 서울지방법원장과의 관계를 보면 이 역시 사법부 내 우리법연구회란 이름으로 대표되는 판사들과 이념 편향성 논란이 있다한마디로 기각 결정의 공정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조국 감싸기 기각 결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조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명 부장판사에 대해 김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영장을 기각한 적폐 판사라는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조국(祖國) 버리고 조국(曺國) 지켰다”, “법치가 실종됐다”, “수사를 방해하는 법질서 유린행위자등의 강도 높은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조 장관 지지자들은 명 부장판사를 무리한 검찰 수사를 막은 영웅이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역시 명판사다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씨가 받고 있는 혐의의 중대성, 조 씨가 구속 전 심문을 포기하는 등 입증의 정도, 종범(從犯) 2명이 이미 구속된 점 등의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소식에 침묵을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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