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와 카드사만 배 불린 ‘마일리지 사업’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아시아나항공이 최근 3년 간 카드사와 제휴로 6000억 여원의  항공 마일리지 판매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마일리지가 항공사와 은행‧카드사의 수입원으로만 이용될 뿐, 정작 소비자에게는 유명무실한 존재가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사 마일리지 이용 약관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판매 사업을 둔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만 1300억 판매 수익...“국내외 항공사 예외 없어”

항공사 ‘충성고객’ 확보?...은행‧카드사, 부가수익 얻기도


최근 저가 항공이 확대‧보편화되면서 항공기를 통해 국‧내외를 여행하는 이들이 증가한 추세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 관광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 중동, 미주, 구주, 대양주, 아프리카 등의 행선국으로 여행한 해외여행객은 지난 8월 242만7634명으로, 올해만 총 2007만806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크루 포함).

많아진 해외 여행객만큼이나 이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나선 은행‧카드사들도 덩달아 증가한 추세다. 이들은 카드 발급 시 공항 라운지서비스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거나, 카드 사용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 적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워 소비자 유치에 나선다.

마일리지 판매, 항공사 ‘수익원’

우선 카드‧은행사는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에 신용‧체크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특정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것일까. 카드‧은행사는 소비자에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기 위해 특정 항공사로부터 마일리지를 구매하고, 항공사는 카드‧은행사가 미리 구매해 놓은 마일리지를 해당 소비자에게 지급한다. 쉽게 말해 항공사가 카드‧은행사를 상대로 항공 마일리지 판매 사업을 하는 것으로, 항공사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판매가 수익원인 셈이다.

이 가운데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3년 간 카드사와 제휴로 6000억 원에 가까운 항공 마일리지 판매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갑)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8곳에 562억 1095만 마일리지를 판매해 6172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8월까지만 1300억 원의 항공 마일리지 판매 수익을 기록했다.

현재 아시아나 항공의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는 마일리지 제휴 신용‧체크카드 상품은 ‘KB국민 아시아나 올림카드’ ‘아시아나 삼성애니패스플래티늄’ ‘아시아나 삼성지엔미플래티늄카드’ ‘아시아나 신한카드 Air1.5’ ‘SC플러스마일카드’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 카드‧은행사는 일정 수준의 전월이용실적 기준과 연회비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일정 수준의 마일리지를 지급한다. 일부 카드의 경우 카드포인트를 항공마일리지로 전환할 수도 있다.

좌석판매보다 ‘짭짤하다’?

항공사의 마일리지 판매를 둔 비판적 시각이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국‧내외 할 것 없이 항공사의 마일리지 판매를 둔 논란은 계속돼 왔다.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이 좌석 판매보다 마일리지 판매로 더 많은 순익을 올리는 만큼, 마일리지 판매시장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미국 금융 전문 매체 블룸버그(Bloomberg)는 신용카드 발행 대형 은행 등 제휴 업체에 대한 항공사의 마일리지 판매는, 순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당시 블룸버그는 마일리지 판매 수익은 다른 사업 부문과 달리 비용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 매출의 대부분이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2017년 델타항공은 마일리지 판매 매출이 연간 3억 달러씩 증가해 2021년에는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알래스카항공그룹도 투자자 대상 설명회를 통해 마일리지 플랜 판매로 연간 9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마일리지를 적립하려는 소비자를 상대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 등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은행사를 상대로 이뤄지는 항공사의 마일리지 판매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의 마일리지 판매는 카드‧은행사의 입장에서도 비교적 긍정적 효과를 보는 모양새다. 카드‧은행사는 항공사로부터 사들인 마일리지를 제공함에 따라 톡톡한 홍보효과를 얻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사에 지불하는 마일리지 가격이 대략 1마일당 1.5~2.5센트 정도인 반면 카드 사용 수수료는 매출액의 2~3% 정도이니 카드‧은행사도 손해 볼 게 없다. 여기에 마일리지 적립 카드는 대부분 연회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적지 않은 부가수입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사용제한, 소멸기간...“위법성 검토 중”

이러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판매사업이 일각에서 비판받는 이유는 정작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단순한 수익사업에만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소비자가 적립한 항공 마일리지로 고액의 항공권을 구매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당 항공 마일리지를 다른 사용처에서 사용하는 일도 다소 제한적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는 2010년 개정 약관에 따라 2008년 이후 적립된 마일리지가 순차적으로 소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카드 사용을 통해 적립한 항공사 마일리지도 탑승 마일리지와 마찬가지로 적립 후 10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두고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해 놓은 항공사 마일리지 이용 약관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가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도 마일리지 소멸 시효 정지에 관한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민법 제166조에 따르면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되며, 이에 따라 유효기간의 적용 역시 마일리지 적립 시점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위법성 검토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은 최근 공정위 측에 복합결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결제는 항공사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할 때 부족한 마일리지만큼을 현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소량의 마일리지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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