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파기환송심 영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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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지만 앞으로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론에서는 이 부회장이 횡령·뇌물죄 2심 재판이 파기환송되면서 사내이사 직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따르고 있다.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이 부회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알아본다.  

‘책임경영’ 강조했던 삼성, “물러나도 경영 변화 없을 것”

더 바빠진 이 부회장… 디스플레이 분야 13조1000억 투자

지난 6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오는 26일 안에 이사회 및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사 연임은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야 하는데 3년 임기의 사내이사직을 더 이상 연임하지 않고 그만둔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남으로써 ‘부회장’ 이라는 이름의 직책만 남게 됐고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는 맡지 않게 됐다. 이는 이사회에서는 빠지고 최대주주 역할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처음으로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부회장이라는 직책만 있을 뿐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는 맡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면서 결국 이름을 올리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물러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뇌물 공여 혐의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사건의 핵심 인물 최순실 씨 측에 삼성전자가 제공한 마필과 재단 출연 자금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결과를 뒤집는 취지의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파기환송으로 실형 가능성 높아진 상황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오는 25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시작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달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일부 개정안도 시행되면서 최종 결과를 떠나 현재까지 이 부회장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당장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는 데 문제는 없어도 재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사내이사 직무를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르면 횡령·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해당 범죄행위와 관련된 기업 취업이 제한된다. 또한, 횡령 등의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이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판결이 대법원 뜻대로 확정될 경우 부회장직을 잃을 수도 있다. 첫 사례의 경우 이 부회장이 과연 이 경우에 해당되는지는 법무부의 판단을 들어봐야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에게는 곤욕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경우는 이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에게도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계속 맡을 수 있다는 확신 또한 없다. 

국민연금 영향력도 무시 못해 

이 부회장의 이러한 결정은 국민연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9.9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 행사도 삼성전자는 무시할 수가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최태원 SK 회장의 에스케이(주)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고 판단한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는 회삿돈 횡령 등으로 유죄 확정 이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같은 달 횡령 등으로 재판 중인 조양호 한진 전 회장에 ‘이사 연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부회장직은 유지하고 경영 전반에 대해서 핵심 역할을 하며 국민연금의 감시망에서는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 지배구조에 대해 투명성을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에 속도를 내온 상황이었다. ‘책임경영’을 강조한 삼성전자였기에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포기는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삼성전자 측은 “등기이사를 내려놓더라도 이 부회장이 부회장으로서의 경영 활동은 계속할 것이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사내이사 관계없이 이 부회장은 현안을 직접 챙기며 ‘책임경영’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경영 활동에는 제약이 가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최대주주의 지위와 부회장이라는 직함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에도 이 부회장은 삼성 사장단 회의를 비롯해 사우디 출장 등 직접 챙겼고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상황에 대해서도 직접 진두지휘하며 직원들을 이끌고 경영 참여에 힘썼다.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더 바빠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이 부회장은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발표식에 참석했다. 이날 발표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2025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반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13조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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