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아래 남매 분쟁...끝나지 않은 다툼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아워홈 대주주 간의 갈등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법적 분쟁 중인 대주주는 다름 아닌 오빠 구본성 부회장과 동생 구명진 씨와 구지은 대표. 이들은 남매 사이로 구본성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는 각각 아워홈과 캘리스코 소속이며 구명진 씨는 아워홈의 주주다.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잦은 남매 싸움에 업계에서는 가족 경영체제로 움직이는 아워홈의 불안요소가 큰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여동생들, “식자재 공급 중단 금지” “주총 소집 필요”

법원, 동생들 손 들었다...경영권 승계 대반전 이뤄지나


아워홈은 1984년 시작해 30여 년 넘게 급식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업체와 오피스의 사원식당은 물론, 학교와 병원, 골프장, 휴게소, 호텔 등 전국 1000여 곳의 사업장에 하루 100만 명의 식사를 제공하고, 식자재 공급까지 나서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김치와 통조림 햄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가정간편식 유통 사업도 펼치고 있으며, 고급 레스토랑과 캐주얼 다이닝,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사업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법정 선 오빠와 동생들

‘잘 나가는’ 가운데 남매간의 경영 과정에 충돌이 빚었다. 대기업 등 재벌가 내 경영권 다툼은 종종 발생하지만, 그 가운데 아워홈은 100% 가족 경영회사 형태의 지배구조로 더욱이 제3자 개입이 불가하다.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설립한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됐고, 구자학 회장 슬하 1남3녀가 모든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현재 아워홈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 구본성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미현 씨가 19.60%, 삼녀 구지은씨가 20.67%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으로 법적 다툼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구본성 부회장의 아워홈을 상대로 식자재 공급 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부터다. 이는 지난 8월 아워홈이 캘리스코 측에 10월 12일부로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아워홈은 사보텐, 타코벨 등을 보유한 캘리스코가 납품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잡음이 있었고 소통이 원활치 않아 재계약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구본성 부회장의 둘째 동생 구명진씨도 최근 아워홈의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경영활동을 이유로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주총 소집 요구 당시 구명진 씨는 “지난해 이익이 20%나 줄었는데도 사내이사 보수한도를 두 배 이상 증액했고 지난해 월 10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 항공기 기내식 업체에 대한 운영 성과와 성과도 비공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경영진과의 중립적인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며 삼성물산의 정세찬 전무를 신임 감사로 추천하기도 했다.

깊은 갈등의 골, 끝은 어디?

이 같은 남매 다툼에 법원은 결과적으로 여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이승련)는 지난 10일 구지은 대표의 캘리스코가 아워홈을 상대로 낸 식자재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했다. 이어 11일에는 아워홈의 구명진씨가 신청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도 조건부 허가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아워홈이 지난 8월 캘리스코 측에 10월 12일부로 식자재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한 건을 두고 2020년 4월 30일까지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워홈과 캘리스코 간 거래상 지위, 캘리스코의 아워홈에 대한 영업 의존도, 캘리스코 사업 규모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기존 계약 종료일까지 상품 공급계약을 포함한 4가지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명진 씨가 제기한 아워홈 신임 감사 선임 관련 임시주총 소집 청구도 열도록 했다. 다만, 구 씨가 내세운 정세찬 전무의 신임 감사 선임은 사실상 부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구지은 대표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법원의 가처분일부 인용기사와 함께 “법원이 캘리스코를 지켜줬다.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은 현재 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무팀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양측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경영권 승계 당시부터 있던 남매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모양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구지은 대표 대신 ‘장자승계’에 따라 구본성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으면서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잦은 남매 불화 논란에 매출 2조 원에 가까운 기업의 불안요소가 짙어질 수도 있다”며 “아워홈의 경영권 승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는 만큼 반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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