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고대행정학과 졸업후 미국서 경영학 박사 취득국제적 권위 인정 받을 정도로 감사분야선 뛰어난 전문가인수위 ‘감사원 개혁방안’ 마련 … 공직 경험은 전무오는 9월 28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종남 감사원장 후임에 윤성식(50)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정찬용 대통령 인사보좌관은 “윤 내정자는 경제·경영·회계·행정 등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실용적 지식을 갖춘 진보 성향의 학자 출신으로 종합적 사고와 균형 감각을 겸비한 인물”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일고- 고려대를 나와 고대 교수로 활동중인 윤 내정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윤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공직 경험이 전무한 50대 초반의 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9월 국회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8월 25일 신임 감사원장 내정자로 이제 갓 50줄에 접어든 윤성식 교수가 발탁됐다는 소식을 접한 공직사회는 일순 술렁거렸다.

그동안 경륜과 명망을 갖춘 법조인이나 군 장성 출신들이 임용돼온 관행이 깨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에서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나 현 이종남 원장, 그리고 김영삼 정부에서 초대 감사원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 등 역대 감사원장들의 이력에 비춰보면 윤 교수의 발탁은 ‘파격’ 그 자체라는 분위기다.그도 그럴것이 학자출신인 윤 교수의 발탁은 감사원 40년사에서 고 이한기 전국무총리서리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여기에 이 전서리는 서울대 법대 학장과 학술원 회원을 지낸 사회 원로로 감사원장 임용 당시 63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0세 학자출신인 윤 교수의 발탁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따라서 윤 교수 발탁소식을 접한 감사원 내부나 공직사회는 우려반 기대반 속에 9월 국회 청문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한나라당도 파격적인 인사에 대해 즉각적인 평가를 유보하는 등 내심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박진 대변인은 “윤 내정자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사가 아니어서 당내에서도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수위 경력이 행정경험의 전부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정치권 일각에서도 윤 내정자의 행정경험 부족 등을 들어 조직 장악력 등에 있어 다소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견해도 나돌고 있다.이처럼 정치권 관계자들조차 윤 내정자에 대한 이력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 있던 윤 내정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윤 내정자는 광주일고-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87년 미국 버클리대에서 ‘감사의 효과’라는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또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윤 내정자는 SSCI(사회과학 인용색인)인증 국제 학술지에 감사 관련 논문을 기고할 정도로 감사분야에서는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92년부터 고려대 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로 활동해 온 윤 내정자는 99년 여름 뉴질랜드의 정부개혁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났다.오클랜드 대학 도서관에서 1년간 살다시피하며 관련 서적을 독파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역시 한국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귀국후 정부개혁에 대한 구상을 집대성한 저서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2002년 8월)을 발간했다그는 이 책에서 “우리의 정부시스템은 무언가 잘못이 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순환보직으로 계속 도니까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행정개혁의 핵심과제로 ‘책임관료제’와 ‘순환보직제 폐지’를 제시했던 것.노무현 대통령도 윤 내정자의 이러한 정부개혁 의지와 소신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과제토론에서 윤 내정자의 저서 <정부 개혁의 비전과 전략>을 일독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노 대통령이 행정경험이 일천한 윤 내정자를 전격 발탁한 배경도 정부개혁에 대한 윤 내정자의 의지와 소신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인연을 떠나 두 사람의 ‘개혁코드’가 어느정도 일치하고 있다는 분석.실제로 윤 내정자와 노 대통령의 인연은 1년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민주당 국민경선 직후 윤 내정자가 노무현 캠프에 합류하면서 두 사람은 비로소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당시 윤 내정자를 노 대통령에게 소개한 사람은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 윤 내정자와 정 의장은 고려대 법대 동기로 절친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캠프에 합류한 윤 내정자는 노 후보의 지지도가 10%대로 바닥을 기던 9월에도 “노 후보가 반드시 이긴다. 노 후보의 승리는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선승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이처럼 대선 당시 노 후보 정책자문교수단 일원으로 활동해 온 윤 내정자는 당선후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분과 위원과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을 맡아 노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인수위 시절에는 특히 ‘감사원 운영개혁팀’을 주도하며 감사원 개혁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공직사회 비리 적발 중심의 현감사원을 정부의 주요 정책을 관리·평가하는 동시에 국정시스템을 진단·예방·치유하는 국정 컨설턴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의 ‘감사원 개혁방안’을 마련한 주역이 바로 윤 내정자다.노 대통령이 행정경험이 일천한 50살의 윤 내정자를 감사원장에 전격 발탁한 배경도 바로 윤 내정자의 이러한 감사원 개혁 방안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하지만 윤 내정자의 개혁의지와 구상이 현실적으로 실현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공직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조직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또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청문회 과정에서 어떤 기조를 유지하느냐도 관건이다.

한나라당은 ‘코드’만을 중시하는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 문제점을 이번 청문회에서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이와관련 정찬용 보좌관은 “청문회에서 난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적재적소’라는 측면에서 윤 내정자가 적임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 보좌관은 또 인수위원이라는 제한된 인사풀 속에서 인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인수위 내부에서 많이 나온 것은 맞지만 찾을 때는 훨씬 더 넓게 찾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장관 19명 중 10명이 전직 관료 출신이고, 차관은 전원 전직 관료 출신”이라며 “청와대 내부는 대통령 편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각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여기에 신당론과 관련해 분당위기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 내분 사태 추이도 변수다. 분당으로 비화될 경우 신주류측에 앙심을 품은 구주류측이 청문회 과정에서 반대여론을 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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