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최근 조국(45) 법무부장관과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찬반 여론이 극명히 나뉜 가운데 정치권에서 안철수(57)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최근 안 전 대표는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거대 양당 정치에 피로를 느껴 무당층으로 대거 이동한 국민들이 안 전 대표를 다시금 소환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내홍을 겪는 바른미래당의 상황까지 맞물려 안 전 대표의 향후 거취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에 체류하던 안 전 대표가 다음 행선지로 ‘미국’을 택해 그 배경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 야권 재개편 시동 건 변혁, 安 향해 ‘합류하자’
- 김철근 변혁 대변인 “안철수, 판을 만드는 사람”


안철수(57)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6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연구를 지속하겠단 입장을 밝혀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쓴잔을 들이켠 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며 독일로 향한 바 있다. 그렇지만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격화될수록 안 전 대표가 정계에 복귀해 유승민(61) 바른미래당 의원과 뜻을 모을 것이라는 시각이 쏟아졌다. 

최근 바른미래당 내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 거부에 대한 반발로 당내 15명의 의원이 모여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지난달 30일 공식 출범했다. 이 가운데 유승민계는 8명, 안철수계는 7명으로 분류된다.

安 향해 신호 보낸 劉…‘창당주’ 다시 모이나

변혁 체제 돌입 이후 야권 재개편에 가속도가 붙자 변혁은 안 전 대표를 향해 ‘같은 배에 오르자’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해 왔다.

변혁의 대표를 맡은 유 의원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바른미래당) 실패에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당초 약속을 지키기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운명, 우리가 할 일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말자”고 밝혔다.

그는 “비록 우리가 잘못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었지만 초심과 창당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한국정치가 어려운 시점에 (그 정신이 더 살아있다는 점은) 나나 안 전 대표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유 의원이 대표를 맡은 바른정당과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이 합당해 출범한 곳이다. 이 같은 유 의원의 발언은 안 전 대표 역시 공동 창업주이자 대주주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변혁은 다수의 의원들이 직접 국민들에게 정치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행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며 “두 사람(안 전 대표, 유 의원)이 바른미래당의 창업주이고 대주주이기 때문에 15명의 의원들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안 전 대표는 당의 현안 문제는 여기 남아있는 의원들이 있으니, 이들이 열심히 토론을 거쳐 얻어낸 결론을 존중하고 믿겠다고 말한 상황이다”라며 “여기 있는 이들이 할 일이 있고, 안 전 대표는 1년 전에 계획했던 것처럼 성찰과 현장 활동 속에서 국가 미래에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와 국외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역할 분담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安, 미국행 수순…정확한 일정 미정

이와 맞물려 안 전 대표가 최근 자신이 쓴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이라는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정계 복귀설’은 더욱 탄력을 받는 듯해 보였다. 책 출간이 곧 정계 복귀 신호탄이 아니냐는 견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보다 앞선 지난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돌연 미국행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 전 대표의 게시글에 따르면 그는 독일 체류 이후인 이번 달 1일부터 미국 스탠포드 법대에서 방문학자 신분으로 법, 과학과 기술 관련 연구를 한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일반적으로 정치권에서 책을 낸 뒤 출판기념회를 하고, 그곳에서 정치적 일정을 밝히는 게 공식 아닌 공식이 돼 버렸다”면서도 “이번 책 출간은 그간 1년 동안 본인이 느낀 성찰과 소회, 근황을 알리는 에세이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또 “출간 전후 출판기념회 등의 일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세간에 떠돌던 정계 복귀설과는 상반된 행보에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주변인들은 ‘미국행은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체류 기간 등 일정 관련 명확한 윤곽은 잡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우리로부터 나온 정계복귀설 관련 얘기는 하나도 없다”며 “모두 (안 전 대표가)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정치 일정하고 맞물려 그렇게 예측됐던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안 전 대표는 독일에서) 모델에 대한 연구를 했으니, 미국 스탠포드대학으로 이동해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과 제도에 관한 연구를 하려는 것”이라며 “모델을 현실화하는 방안에 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계셨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체류 일정 등에 관해서는 “향후 미국에서 연구 일정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며 “(안 전 대표가 방문연구원으로 가는) 센터의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범위와 깊이를 지녔는지 본인이 직접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안 전 대표는 무슨 연구를 할지, 이를 얼마동안의 기간을 거쳐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에 대해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안 전 대표의 독자 행보에 대해 변혁 소속 의원들은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비당권파 유승민계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미국행을 겨냥, “내가 후배로서 (안 전 대표에게) 조언한다면 이번 총선 건너뛰면 해외에서 객사한다”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당내 상황과 함께 보수통합론이 제기되는 등 야권 상황이 어지러운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일종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안 전 대표와 유 의원 사이 불협화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김 대변인은 “(안 전 대표와) 함께하고자 하는 열망이나 기대 등이 커 ‘빨리 결단을 해 달라’는 취지로 보이긴 하나 객사 등은 적절치 않은 단어 구사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안 전 대표와 유 의원 두 사람 사이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그는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안 전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던 7명의 국회의원들이 변혁을 하고 있다”면서 “그 밖에도 안 전 대표의 측근 인사, 전 당직자들이 (변혁과)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주 만에 8위→3위…또 ‘안철수 신드롬’?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론 역시 안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무소속) 의원은 지난 10일 안 전 대표에 대해 “성격상 본인의 희생 속에서 자기 조직을 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희생 속에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는 길을 택하는 분”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안 대표가 지금까지 해 온 정치적 결단은 사실 헌신과 희생이었다”며 “2012년 문재인 당시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할 때도 본인이 사퇴했고, 국민의당 창당 당시에도 홀로 나와서 (당을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 안 전 대표는 사실 판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안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일부터 양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8%의 선호도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 전국 성인 5999명을 접촉해 이중 1004명이 응답해 17%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표본추출 방식은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조사보다 무려 3%나 오르며 8위에서 ‘3위’로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지난 2012년 대선 때처럼 정치권에서 ‘안철수 신드롬’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러한 현상에 관해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최근 조국(54) 법무부장관을 둘러싸고 국내 여론이 양분된 상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이전의 여론조사을 보니 무당층 지지도가 제일 높았다”라면서 “국민들이 점점 양당 정치에 신물이 나 무당층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술회했다. 

아울러 “한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내 지지율 1위가 안 전 대표로 나왔다”며 “2012년도에 안 전 대표를 소환했던 국민들이 기존 양당 정치의 폐해로 새로운 정치를 원했던 현상이 다시 한 번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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