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행동에 뛰어난 실력으로 스페인 현지서도 관심 대상작은체구 콤플렉스 스피드·근성으로 극복 세계최고 도전

세계 축구계가 이천수(22)를 지목하고 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이천수가 세계 3대 빅리그 중의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 대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레알 소시에다드와 3년 계약을 맺고 유럽 빅리그 진출 꿈을 이룬 이천수는 최근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스페인 현지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것. 또 외국 진출이후에도 신세대다운 ‘톡톡 튀는 행동’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도 하다.이천수, 이제 그를 빼놓고 한국축구를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월드겁 4강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당돌하다’, ‘건방지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이 좋다’등 엇갈린 평가속에서 항상 화제를 몰고 왔던 이천수. 그런 그가 이젠 당당한 실력으로 ‘대형 사고’를 칠 태세다.

세계 최강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소시에다드에 입단,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호나우두, 지단, 피구, 베컴 등 쟁쟁한 세계적 스타들이 즐비한 스페인리그에서도 거침없는 행동으로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다.또 경기장에서도 특유의 탁월한 스피드와 빠른 적응력을 과시하며 유럽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음을 증명해 보였다.그의 스페인 진출과 최근 활약상은 갈색 폭격기 차범근의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최고가 되겠다”며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이천수의 야망이 점차 실현되고 있는 것. 그의 외국진출의 꿈은 축구화를 신기 시작했을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때 축구를 시작한 그는 ‘작은 체구’ 때문에 콤플렉스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 “체격이 작아서 축구로 대성하긴 틀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학시절 공을 멀리 찰 자신이 없어, 코너킥을 차라고 할 때는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며 “이런 체력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밤에 동료들이 잠을 잘 때도 공을 메고 운동장을 돌았다. 체력이 안되면 스피드라도 키우자는 생각에서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또 어린시절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도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축구를 향한 그의 열정은 가난도 막지 못했다.그는 “축구도 신경 안쓰면서 돈만 많은 선수들을 보면 너무 화났다”며 “가난했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공을 찼다”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역경을 딛고 그가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고교시절. 부평고에 입학한 후 주전으로 뛰면서 혜성처럼 고교무대에 등장했다. 지난 98년 춘계대통령배에서 도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 98년 추계연맹전 득점상, 99년 백운기 득점상 등을 휩쓸며 고교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았다.고교시절인 지난 99년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면서,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후 올림픽대표, 성인국가대표팀을 거치면서 한국 축구의 엘리트코스를 두루 섭렵했다.그리고 2002년은 이천수에게는 잊지못할 한해였다. ‘밀레니엄 특급’이라는 닉네임으로 각종 국제무대에서 활약, 화려한 주목을 받았고 드디어 꿈의 무대 월드컵에 서게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어느 포지션에서나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원했고 이천수는 이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그는 당돌한 이미지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세계 강호와의 대결에도 주눅들지 않으며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 냈다.하지만 그에게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월드컵 이후 그는 자서전 파문으로 시련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월드컵 뒷 이야기’를 모아 자서전 형태로 책을 냈다가, 팬들로부터 원성을 사야 했다.그는 이 책에서 동료·선배선수들에 대한 거침없는 평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천수는’바람둥이’,’짠돌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는 등 거스 히딩크 감독을 포함한 동료들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하게 발언, 일부 축구팬의 비난을 샀다. 팬들은 “너무 건방지다. 함께 고생했던 선배와 동료 선수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이천수의 마음고생도 심했다.그러나 이천수는 “글을 쓴 의도와 달리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함께 뛴 선수들을 비난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천수 주변에서도 “이천수가 신세대다운 거침없는 모습과 너무 솔직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옹호하고 나서면서 점차 파문은 수그러들었다.팬들의 실망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실력’뿐. 그는 이후 K-리그에서 그간 팬들의 원성을 함성으로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프로데뷔 첫해 ‘신인왕’을 거머쥐며 확실한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임을 입증했던 것.그리고 올해 드디어’꿈★은 이루어진다’를 몸소 실천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 축구 역사상 누구에게도 문을 열지 않았던 프리메가리가 땅을 밟게 됐다.이적료 350만달러(약 42억원), 연봉 50만달러(약 6억원)에서 알 수 있듯 스페인에서도 이천수의 진가를 인정한 셈이다. 안정환이 2000년 프리메라리가,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와 함께 3대 빅리그를 이루는 세리에A 페루자에 입단할 때 받은 이적료 50만달러 보다는 무려 7배나 많고, 현재 해외진출선수 중 최고 대우다.스페인에서도 그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국내에서 그러했듯이 스페인 현지에서도 그는 톡톡 튀는 언행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실력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지난 21일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아노에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 말뫼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해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유럽 무대 데뷔골을 결승골로 장식하며 자신감을 얻었다.이날 이천수는 총알같은 스피드와 위협적인 돌파력으로 스페인 팬들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또 지난 24일 세계 최고의 팀인 이탈리아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천수는 상대 수비수의 허를 찌르는 정확한 패스와 돌파력으로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는 화려한 플레이를 펼쳤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드누에 감독은 최근 “이천수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극찬하며 그의 플레이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천수는 “스페인리그에서 반드시 성공,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거듭나겠다”고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천수의 작은체구 때문에 ‘유럽무대에서 적응할 수 있을 지…’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그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유럽무대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그의 야망대로 ‘세계 축구계가 기억할만한 족적’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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