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민주당 권노갑 전고문이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전격 구속된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권 전고문간의 질긴 악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노 대통령과 권 전고문의 개인적 인연은 지난 2001년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권 전고문은 이인제 의원을 막후 지원했고,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불공정 경선을 우려하는 항의 차원에서 면담을 요청했던 것.면담 자리에서 권 전고문은 “여론을 상승시켜 지지를 얻으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덕담만 되풀이했고, 이후에도 권 전고문의 ‘이인제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당연히 권 전고문과 동교동계에 대한 노 대통령측의 불만은 고조됐다. 2002년 초 노 대통령의 일부 핵심 측근들은 “민주당 대선 경선은 이인제-권노갑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수구세력과 개혁세력간의 일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경선 돌입후 노 대통령 캠프의 전략문건엔 ‘구갑(구파의 권노갑)은 호남·충청연합 구도에 매몰돼 있다.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적 책무와 무관한 사리사욕일 뿐’이라는 대목이 적시되기도 했다.우여곡절 끝에 노 대통령이 후보로 당선됐는데도 지지율이 오히려 급락되자 노 대통령 캠프에서는 또다시 권 전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에 의구심을 품었다.

후보단일화론을 주장하면서 은근히 정몽준 의원을 지지한 배후에 이들의 막후 역할이 있었을 것이란 것.권 전고문과 동교동계에 대한 노 대통령측의 이러한 악감정은 대선 직전에도 표출됐다. 노 대통령은 대선 이틀전 기자회견에서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부패에 관련됐으며, 쇄신에 장애가 된 실정 책임자들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어도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권 전고문 구속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청와대-검찰 사전조율설’ ‘정치보복설’ 등이 나돌고 있는 것도 노 대통령과 권 전고문간의 이같은 악연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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