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건조증, 노출각막염, 신경마비각막염⋯ 수술 예후 고려해 완전치료 병행해야
각막이식 실패 원인 ‘거부반응’ 70% 차지⋯ ‘염증·연령·이식편 크기’ 고려 필수

 

필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단순히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이 아닌 공익적 목적도 있으면서 웃음과 감동이 있는 프로그램을 즐겨한다. 돌이켜보건대 예전에 안과와 관련된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MBC에서 방송된 공익 예능프로그램 ‘느낌표 - 눈을떠요’라는 코너였는데 시각 장애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사연을 듣고 각막 이식 수술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며 울고 웃으며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 같은 극적인 효과가 있다 보니 일각에서는 각막이식만 받으면 어떤 안질환도 전부 시력이 회복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각막이식이란 무엇인지, 또 어떤 경우에 시행하는지 등 간단하게 살펴보자.

안구의 표면은 각막과 결막 그리고 두 구조물의 이행부위인 윤부로 구성된다. 각막은 공막과 함께 안구의 외막을 형성하며, 안구 표면의 앞쪽 약 1/6을 차지한다. 각막은 안구의 투명한 창으로서 빛의 전달과 굴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투명성은 각막의 매끈한 표면과 무혈관성, 각막기질에 존재하는 아교질섬유의 규칙적 배열, 내피세포의 생리적 기능등에 의해 유지된다. 각막은 각막상피(epithelium), 보우만막(Bowman's membrane, 각막기질(stroma), 데스메막(Descemet's membrane), 각막내피(endothelium)의 3개의 세포층과 2개의 경계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막이식의 종류는 크게 전체층을 이식하는 전체층각막이식(penetrating keratoplasty)과 부분층을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이식, 그리고 기타 각막이식술로 나뉘는데 부분층 각막이식은 크게 전방층판각막이식술과 각막내피층판이식술로 나눌 수 있다. 용어는 어렵지만 위에 설명한 각막의 구조를 떠올리면서 설명을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전체층각막이식(PKP)은 말 그대로 이식을 받을 눈의 각막의 전층을 기증각막으로 대치하는 술기이다. 그리고 부분층 각막이식이란 각막 전체층이 아니라 일부 층판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시행하는 술기로서 전방층판 각막이식술은 제일 안쪽에 있는 내피세포가 건강한 각막질환에서 데스메막 위쪽 부분을 절제하여 이식하고 기증 받은 눈의 내피세포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SALK, DALK등이 있다. 그리고 각막내피층판이식술(후부층판각막이식술)은 내피기능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에 시행하는 술기로서 가능한 한 환자의 건강한 실질부분을 남겨두고 병변이 있는 내피만 이식함으로써 신속한 재활이 가능하고 봉합과 관련된 부작용이 없으며 난시 혹은 녹내장, 동종이식거부반응의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DSEK, DSAEK, DMEK등이 있다.

각막이식은 각막질환의 수술치료로 유용한 방법이나 신경마비각막염, 노출각막염, 조절이 안 되는 심한 건조증 등이 있으면 수술 예후가 나쁘므로 이러한 질환을 먼저 해결한 후 수술해야 하며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각막에 국한된 질환에 대해서만 대응할 수 있으며 백내장, 망막질환 등으로 인한 시력 저하에는 효과가 없다.

각막이식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거부반응으로 실패원인의 약 70%를 차지한다. 수용안구의 각막에 혈관이 많이 분포했거나 염증이 있는 경우 많이 발생한다. 환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이식편의 크기가 클수록, 재이식을 받거나 양안에 각막이식을 받은 경우에도 발생율이 높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각막 기증, 더 나아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었다.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활성화 운동은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커다란 몇몇 분기점에 의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장기기증 운동에 큰 변화를 가져온 첫 번째 사건은 1989년 카톨릭의 성체 운동에서 발전한 한마음한몸운동과 이에 자극받아 설립된 민간단체들에 의한 각막기증 활성화이다. 두 번째 사건은 2004년부터 1년간 방송됐던 <느낌표>의 '눈을 떠요' 다. 세 번째 사건은 2009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의한 장기기증 활성화이다. 현재의 문제점은 국가가 주도하는 장기이식 관리가 기증 활성화를 위한 홍보나 제도적 도움보다는 주로 적출과 이식에만 관심을 가진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안구기증은 과거처럼 안구기증 분야만 독단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장기 및 조직이식 관련 단체와 협력해야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국립장기이식센터가 설립된 후 뇌사자 각막의 이식이 증가하고 있다.

각막이식에 관해서는 수많은 안과 의사들과 연구자들에 의해서 그 기술은 나날이 발전되고 있다. 수술 방법의 개발과 수술 후 합병증 감소를 위한 연구는 지속되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공각막이나 이종장기이식은 한계가 있기에 결국 장기 기증 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나아가야 각막이식을 통한 치료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커다란 몇몇 분기점과 함께 점진적인 활성화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빛을 보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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