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위한 2단계 트래블케어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지금 여행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면, 우리가 온전하지 못한 현실을 자각한 타이밍이 아닐까.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가 아닌, 나를 위한 케어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휙 떠날 수 있는 곳으로 발리는 부족함이 없다. 족자카르타 역시 신비로운 기운으로 조금 더 세심한 트래블케어를 마무리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성지이다. 

우붓 투어 마음의 문을 여는 하루 

트래블케어를 위해 발리에서 가장 알맞은 목적지로 우붓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수많은 여행자들이 그들의 영혼을 쉬어가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얻기 위해 오래전부터 우붓을 찾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대단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우붓이지만 그곳이 살아온 시간을 배우는 것이 마치 여행 속에서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길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단 하루하루라는 시간은 그렇게 우붓을 제대로 배우고 미래를 그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우붓이라는 이름을 담아가기에는 부족하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아침식사를 마쳤다면 얼른 우붓의 품으로 달려가 보자. 준비할 것은 단지 우붓을 알고 싶어 하는 열린 마음 하나뿐이다. 

우붓은 세계적인 여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명 관광지와는 달리 오래도록 이어져 온 발리의 전통적인 생활모습을 로컬 마을 안에 잘 보존하고 있다.  발리 전통가옥은 비록 관광지로 꾸며 놓았다고 해도 발리 사람들이 어떻게 집을 짓고 가정을 이루고 사는지 알아볼 수 있는 나름 괜찮은 학습 장소가 되어준다. 그들의 신앙 원리에 따라 집을 지으며, 모든 집은 규모와 장식 등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 설계가 같다는 것, 여러 채의 건물이 모여 하나의 집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각 마을에는 산 방향, 마을의 중심 그리고 바다 방향에 세 개의 사원이 있는데 이는 각각 머리, 몸, 발을 의미한다는 것, 그리고 신을 모시는 사원을 집안에도 만들어 두며, 가장 성스러운 산 방향에 짓는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이 사는 공간보다도 더 귀한 자리에 신을 모시는 그들만의 독특함이 강하게 밴 공간이지만, 결국 린딕과 같은 악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고 듣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그뿐이라는 것도 우리가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바다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산속 마을로 올라가면 발리에 있는 게 맞나 싶은 풍경이 기다린다. 인류가 만들어 낸 생존을 위한 강인한 모습이기도 한 라이스 테라스,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다. 과거보다 라이스 테라스 공간이 많이 협소해진 이곳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상업적인 시설들이 적지 않게 들어서 있지만,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의 모습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라이스 테라스에 만들어진 좁다란 길을 따라 하이킹을 잠시 즐기면서 곳곳에 꾸며 놓은 포토존에 들러 사진을 찍고 사향고양이가 만들어 내는 루왁 커피를 한 잔 마시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음이 동한다면 밀림 속을 날아다니는 그네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무뚝뚝한 표정의 러시아 남자도 힘찬 환호성을 지르는 놀이이니 마음의 문을 열기에 꽤 괜찮은 시도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젊은 배낭여행자들이 최근 들어 발리에서 유독 우붓을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전 세계에서 몰려온 다방면의 예술가들이 이루어 낸 예술의 향연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붓이 자랑하는 예술의 분야는 그림과 공예와 같은 미술 작품에만 단지 머무르지 않는다. 마을과 골목, 시장과 음식점 등 발길 닿는 곳 어디에나 그들의 예술은 깨알같이 존재한다. 작은 기념품과 액세서리 속에도 우붓만의 예술이 스며들어 있고, 거리 곳곳을 꾸미고 있는 페인팅과 조각들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자유로운 여행객들을 위한 열린 공간에서만 그들의 예술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값비싼 예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갤러리와 전시장도 넘쳐난다. 그만큼 타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고, 그럼으로써 예술의 폭이 넓어진 우붓이기에 발리의 문화예술중심지로 발전시킨 예술가들의 마음도,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도 모두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입맛을 자극하는 우붓의 음식들도 하나같이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다. 작은 로컬 음식점에서부터 다운타운의 핫한 레스토랑과 바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만의 개성과 철학을 담은 음식을 내어놓는다. 우붓의 유명 고급 레스토랑인 후잔 로칼에는 단지 인스타그래머블한 요리의 비주얼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메뉴 하나하나가 테이블에 오를 때마다 사진을 찍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모습으로 유혹하지만, 모든 요리 하나하나에 주인장이 살아온 인생이 녹아 있다. 다방면의 노력과 경험을 통해 만들어 낸 요리는 역시 비주얼보다 맛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법. 사람의 발걸음을 끄는 음식점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다.

우붓을 돌아보다 보면 수없이 많은 사원을 통해 발리인들의 가슴속에 들어있는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성스러운 땅, 수없이 많은 신의 조각상, 그 속에 울고 웃는 수많은 표정들. 길을 지나가다가 무심코 만나는 크고 작은 사원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트래블케어가 가능한 곳일까. 우리가 오늘을 그리고 또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던지는 질문에 사원은 어떻게 대답을 할까. 한 마을의 대표 사원 격인 바투안 템플의 모든 조각상에는 예쁜 천을 대서 각자의 옷을 입혀 놓았다. 현지의 주민들과 여행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어서 더욱 예쁘게 보이기 위해 입혀 준걸까. 결론은 그렇다. 가이드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Beauty is Happiness'. 아름다워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에 가능한 아름답고 화려하게 장식한다고. 하지만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만 있다고. 모든 것은 내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온전히 믿고 모든 상황이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맞춰가는 것. 하루의 여행이 너무나 짧은 탓에 놓칠까 걱정됐던 그 대답을 우붓은 시원스레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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