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여름 뙤약볕보다 더 뜨거웠던 조국 정국이 막을 내렸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스스로 사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막이 내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21대 총선거는 6개월 대항해의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또한 조국을 자연인으로 돌아가라 하기에는 그가 벌여놓은 일들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수습해야 할 일들은 그것보다 몇 배나 많기 때문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의 진영대결 속에서 ‘검찰개혁의 적임자가 조국이고, 법무부장관이 왜 꼭 조국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조국 이외의 대안이 누구냐!’며 열을 올리던 사람들은 조국보다 더 사납고 매정한 칼잡이가 검찰개혁을 완성시킬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으로 슬금슬금 넘어가려는 이러한 비겁함이 정부여당의 현주소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사의를 표한 뒤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복직신청을 하였고, 서울대학교는 이를 수리함으로써 자연인 조국이 아닌 서울대학교 교수 조국을 완성시켰다. 역시 우리 범생이들이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가 대학교수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무부장관으로 지명을 받은 뒤, 우여곡절 끝에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어 35일 동안 법무부장관 역할을 수행했지만, 그가 돌아갈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그를 양심 없는 폴리페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인식하고 있기에 강의 하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가 자신의 천직으로 알고 있는 대학교수직이 복직은 가능할지 모르나 정착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조국 정국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레임덕이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무능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5년 임기의 반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가고 있을 것이다.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이 타격을 입었다면, 조직으로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하여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5.3%였고,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4.4%였다. 양당 간의 지지율 격차가 0.9% 포인트의 오차범위 내를 기록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치, 자유한국당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어서 정치권에서 조국정국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었는지를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아무리 자연인이라고 주장을 하여도 이미 그는 누구에게도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21대 총선도 6개월이 채 남지 않아 본격적인 총선 국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무사히 안착할 가능성이 적다면, 그는 또다시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그가 갚아야 할 부채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그에게 총선 출마 선택을 강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총선에 출마하는 그에게 선거구는 어디가 어울릴까? 그의 고향인 부산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지만, 이미 대선주자로 급성장한 그에게 어울리는 선거구는 아니다. 그가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고,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인 적폐청산을 완성하고, 자신의 최대 과제가 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선거구가 어느 선거구보다 잘 어울린다. 마침 본인의 거주지도 서초구이고, 더불어민주당의 약세지역이기도 한 서초구에 조국을 꽂는 것은 검찰의 심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서초구 국회의원 조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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