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사퇴설 나돌았던 조국 “예상보다 빨리 사퇴했다”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명부터 사퇴에 이르는 66일 동안 ‘조국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검찰은 조국 인사청문회가 개최되기 전 조 전 장관 가족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국 거취를 두고 여야가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 ‘조국-윤석열 동반퇴진설’, ‘조국 11월 사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 시기는 예상과 달리 앞당겨졌다. 청와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조국 법무부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뉴시스]

-조국 사태로 대통령-당 지지율 추락... 원로·정치인 의견 수용

여야가 66일간 조국 사건으로 공방을 벌이고 검찰수사까지 더해지면서 보수와 진보진영간 날선 공방은 국론 분열 양상을 띠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과 참모진의 ‘진영 논리’에서 비롯된 편 가르기와 남 탓하는 등 문 대통령의 ‘마이 웨이’는 계속됐고, 여권에서도 ‘조국 엄호’에 적극 나섰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 국정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여당 등에서는 검찰 개혁에 방점을 두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사법개혁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11월 조 전 정관이 사퇴한 뒤 내년 총선에서 부산지역에 출마해 평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중도층 이탈이 심화되는 등 청와대의 국정 운영 주도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됐다.

또한 민주당과의 당청 갈등이 불거지며 레임덕이 빨리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내에서도 내년 총선 패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조 전 장관 사퇴 시기도 예상보다 앞당겼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와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불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6일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기소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어떤 경우든 저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겠다. 제가 가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정치권 내에서 검찰 개혁을 조 전 장관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검찰개혁이 본격화되면 여론이 반등할 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이 범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를 보면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다. 보수층과 중도층, 진보층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를 해 봐도 검찰 개혁에 대한 찬성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국 임명 전 50% 유지, 조국 사퇴후 40%선 무너져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퇴를 둘러싼 민심은 청와대와 여권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 여론은 양쪽으로 양분됐고, 중도층의 이탈은 극심했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가 이를 방증한다. 조국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50%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조국 사퇴 이후 문 대통령 8월 1주차 48%에서 9월 3주차 40% 초반까지(갤럽기준) 떨어졌다.

실제 지난 14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8일, 10~11일 전국 성인남녀 2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는 ±2.0%) 10월 둘째 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1.4%로까지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조 전 장관을 임명하기 직전 8월 초 50.4%였지만 조 전 장관 임명 후 꾸준히 떨어졌다. 10월 첫째 주에는 44.4%, 둘째 주는 41.4%로 계속 떨어졌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 40% 선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1018103주차(15~17)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는 지난 조사(102주차) 때와 비교해 4%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 대로 떨어진 것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취임 후 처음이다. 부정평가는 2%포인트 상승한 53%9월 셋째주 기록했던 취임 후 최고치 기록과 동률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 휴대전화 RDD 표본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6%,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또 한동안 우위를 보였던 민주당 지지율도 조 전 장관 임명 후 계속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이 35.3%로, 올해 4월 둘째 주(36.6%)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상승했다. 심지어 지난 11일 일간 집계에서는 한국당이 34.7%를 기록해, 33%를 기록한 민주당을 앞지르기도 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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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자체조사에도 조국 장관 유지 30%

청와대 자체조사에서도 부정적이었다. 정무수석실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하기 전 문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에 그쳤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도하는 검찰 수사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70%였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함께 여권에서 총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칫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선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정지지율 40%는 흔히 청와대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며, 40%가 무너질 경우 청와대의 국정 운영 주도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당내에서도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김부겸, 홍의락 의원 등이 한국당 후보들에게 밀리는가 하면, 내년 총선 승부처인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위기론이 확산됐다.

심지어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에서 의미 있는 선거를 치렀던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전국 정당화를 위해 ‘TK인재영입’에 나서려 했으나 조국 사태로 출마를 꺼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부산시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한국당 후보에게 패배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이 6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연말까지 조국 사태를 끌고 가면 PK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참패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최근 만난 한국당 한 의원도 “민주당 의원총회 등에서 조 전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야당과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서울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조 전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한 것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었다. 당시 광장을 가득 채운 집회 참가자들은 ‘문 정권 심판’, ‘조국 구속’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문제를 매듭지어야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문 대통령은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 평범한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무거운 마음으로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출구전략 고심하는 靑, ‘총선 위험 요소 제거했는데...’

이를 계기로 청와대에서는 여론 수렴 작업에 나섰다. 민정수석에서는 사회 원로들을, 정무수석실은 정치인들을 접촉해 조 전 장관 거취를 포함한 조국 사태 해법에 대한 의견 수렴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참모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조 전 장관 거취를 둘러싸고 의견을 교환했다. 참모들 등과 연락을 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 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사퇴 결정이 확정됐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결심한 가운데 청와대는 13일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일정을 잡았고, 당정청 회의 후 조 전 장관은 청와대 한 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조 전 장관이 자진사퇴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후 조 전 장관이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즉,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임기는 2년6개월이나 남았는데 조기레임덕에 빠질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청와대가 예상보다 빨리 ‘조국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는 셈이다.

비록 조 전 장관이 자진사퇴를 했으나 여권 일각에서는 ‘위험 요소’가 제거된 만큼,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는 분위기다. 실제 검찰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망에 오른 한국당 의원은 총 60명인 데다 일부 의원들은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 한 의원도 “검찰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의원들을 조사 없이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고, 여권 내 한 인사도 “조 전 장관이 사퇴했으나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여 놓은 측면이 있다. 따라서 검찰 개혁 과정에서 여권에서는 ‘개혁 VS 반개혁’ 프레임으로 갈 것”이라며 “한국당이 코너에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조국 사태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조국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국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에선 여야가 공수를 바꿔 국감 내내 ‘조국 대전’을 다시 한 번 재현시키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각 상임위별로 조국 가족 일가 의혹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조국 사태를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경제·민생 행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제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경제 정책을 점검하기 위해 경제 관련 장관들을 총집합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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