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만료 닷새 앞두고 기소···8개월 동안 설득‧수사

강남경찰서. [뉴시스]
강남경찰서.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33년 만에 드러났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처벌로는 이어질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이는 가운데 경찰과 검찰이 15년 전 발생한 살인살인미수 사건 용의자를 붙잡아 공소시효 직전에 재판에 넘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4년 미아동 살인미수 2명일동 살인 1건 등 혐의

이춘재처럼 교도소에 있었다···석촌동 연쇄살인사건범인

최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지난 8월 이 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씨는 지난 2004년 서울 미아동에서 벌어진 2건의 살인미수와 같은 해 서울 명일동에서 발생한 살인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04815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가정집에 한 남성이 침입해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남성은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사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흘 뒤에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길을 걷던 18세 여성이 흉기에 수 차례 찔려 중상을 입었고, 10분 뒤 또 다른 20대 여성도 흉기에 찔린 사건이 발생했다.

잇단 살인 미수 사건에 당시 서울 종암경찰서는 신고 포상금 1000만 원을 걸고 용의자 수배에 나섰다. 몽타주도 만들어 배포했다. 제대로 된 물증이 없어 목격자가 간절했던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잡지 못했다.

진범 안다는 제보

이 사건은 결국 14년째 진범을 찾지 못해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그러나 공소시효를 약 16개월 앞둔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진범을 알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진범으로 지목된 이 씨는 지난 2004년 발생한 석촌동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경북 청송의 경북북부제1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이춘재와 비슷한 맥락이다.

경찰은 약 8개월간의 설득과 수사 끝에 편지를 통해 이 씨의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 차례 만남으로 신뢰를 쌓은 경찰이 새로운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증거 인멸관련 진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의 진술을 토대로 증거품들을 묻었다는 마을을 찾아냈고, 주민들을 수소문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했다. 이후 이 씨 소재 지역의 대구지검 의성지청에 사건을 넘겼다.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살인미수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 닷새를 앞두고 이 씨를 기소했다.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제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진술을 확보했다.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일부 사건을 기소했고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기소 예정으로 안다면서 수사팀장이 석촌동 사건으로 피의자를 알고 있었고, ‘죄를 내려놓겠다는 편지를 받아냈다고 전했다.

다른 미제 사건

실타래 풀릴까

현재 공소시효가 만료돼 수배가 해제된 사건 수가 최근 5년간 매일 12건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2018년 공소시효가 완성돼 수배가 해제된 건수가 2321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 의원은 5년간 연평균 4643, 매일 12건의 수배가 공소시효 만료료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사기횡령이 1116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타특별법 위반 7400, 기타 형법위반 2354, 향토예비군설치법(향군법) 위반 819,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475, 폭력 493, 절도 384건 등으로 나타났다.

마약 사범은 73, 강도 26, 강간 14, 방화 7, 살인 및 살인미수 6건 등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공소시효 완성에 따른 수배 해제 건수는 20149285, 20154397, 20162957, 20172324, 20184252건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065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4769, 부산 1455, 인천 1375, 경북 1030건 등으로 조사됐다.

소 의원은 공소시효 만료로 수배가 해제되면서 범죄자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는 추가 범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처벌은 어렵더라도 범죄의 경중에 따라 주요 범죄라면 법적, 사회적 정의를 확립하기 위해 끝까지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다른 미제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민 청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간담회에서 경찰 수사의 주된 목적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범죄 혐의가 있는 때에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발견하는 것이 경찰 수사 단계 제1의 목적이며 처벌은 그 다음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공소시효와는 무관한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이형호군 유괴 사건도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서울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과거 범인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한 음성파일 변환 전문업체를 통해 디지털화를 완료했다. 경찰은 예전 수사 기록과 수사 담당자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고, 미제 사건 수사 의지를 피력하는 등 경찰이 과거에는 잡지 못했던 사건들의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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