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홍준철 편집위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진사퇴이후에도 그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우뚝 선데다 여권 핵심 지지층이 친노-친문을 잇는 후계자로 인식하면서 대망론도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로 진보진영 지지층이 분열되고 당청 지지율을 추락시켰지만 오히려 본인은 여권 핵심 지지층에게 강한 맷집을 보여주면서 인지도와 위상이 높아졌다. 사퇴한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여권에서는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만약 검찰 수사로 출마가 힘들어 진다해도 친문 지지자들의 요구로 차기대권 레이스에 강제 소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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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의 시간멈추자 친문 지지층 .대선 러비콜쇄도
- 일각, 나경원 지역구냐 문재인 사상구냐, 대권 직행이냐

조국의 시간은 멈췄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014일 자진사퇴했다.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다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는 여기까지입니다는 제하의 사퇴 변을 통해 그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주된 사퇴 배경으로 부인인 정 교수의 건강을 꼽았다. 조 전 장관은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여심을 자극했다.

조국의 역설, 진보분열 장본인 정치재기 단초

장관 취임한지 35, 후보자로 내정된 지 66일만이다. 이 기간에 진보진영은 조국이 검찰개혁을 해야한다는 입장과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조국은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분열됐다. 진보진영의 분열은 당청 지지율 추락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오차범위내에서 자유한국당에 간신히 앞섰고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역시 4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또한 21대 총선전략도 차질을 빚었다. ‘총선병참기지를 자청한 민주정책연구원에서는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는 수도권도 PK도 아니고 TK지역이 될 것이라고 야심차게 밝혔지만 조국 사태로 인해 TK에서 반문정서가 높아지고 PK까지 확산되면서 영남권에 공을 들인 동진전략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특히 동진전략의 척후병 역할을 수행할 여권 TK 출신 총선 후보자들이 출마 자체를 꺼리고 반문정서가 PK까지 확산되면서 한국당의 고토회복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급 검증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조 전 장관의 강한 맷집은 그를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급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보혁 두 진영이 광화문, 서초동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까지 벌이면서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국민적 인지도가 대통령 못지 않게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관직을 사퇴한지 일주일도 안됐지만 조 전 장관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부산 출신인 조 전 장관은 지난 4월초 내년 총선을 맞이해 차출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가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다닌 부산은 내년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는데다 개혁의 상징적인 인물로 총선 승리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부산 차출론은 법무부장관에 지명됐음에도 수그러들지 않았고 자진 사퇴후에는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서울과 부산 두 지역에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의 경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사상구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66일간의 검찰과 전쟁동안 조 전 장관의 인지도가 높아진 이상 서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동작을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조 전 장관이 총선에 나설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총선에서 조국 바람이 불어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조 전 장관은 명실상부한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 전 장관은 10월초 실시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뒤를 잇는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무엇보다 친노-친문-친조로 이어지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조 전 장관을 노무현-문재인 두 전현직 대통령의 뒤를 잇는 장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검찰개혁’, ‘조국 수호를 외친 서초동 집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나란히 한 조 전 장관의 손팻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본인이 자연인으로 남고자 해도 정치 영역으로 강제 소환될 공산이 높다. 대선 출마를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종용받았지만 공직 출마는 없다고 일축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조 전 장관은 다르다.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그 누구보다 바라는 게 조 전 장관이다.

멈춘조국의 시간...선거철 되면 다시 도래할 것

걸림돌은 검찰 수사다. 총선 차출론도 대선 출마도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안희정, 김경수, 이재명 등 여권 잠룡과 비슷한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조국 사태로 중도층 이반을 불어와 당.청 지지율의 추락을 가져왔다는 점도 부담이다. ‘조국 차출론이 전투(PK지역)에서 승리하고도 전쟁(총선 전체)에서 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당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당장 정치적 보폭을 넓히기보다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층에 의해 강제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진사퇴로 조국의 시간은 멈췄지만 선거철이 되면 다시 조국의 시간이 도래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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