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형성에 정치 참여까지, 지도부 흔든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여권 극성 지지자들의 행보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를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책임론’을 내세우며 검찰, 언론 등 전방위적인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이해찬 대표의 사퇴까지 주장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자들은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이 지사와 경기도지사 공천권을 두고 경쟁한 전해철 의원이 거론되자 이를 비판하며 이참에 비문 인사를 법무부장관으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권 극성 지지자들이 특정인을 향한 비판을 넘어 여론을 형성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참여 그룹을 형성하는 데에 우려한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與 권리당원 게시판·온라인 커뮤니티 ‘이해찬 사퇴’, ‘금태섭 탈당’ 주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에 여의도에서 ‘팬덤 정치’가 발생했다. 팬덤은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현상을 일컫는다. 보통은 연예 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하지만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팬덤 정치가 지속될 경우 진보와 보수 사이의 합리적 제안을 하는 목소리가 사라질 거라는 우려가 무게감을 갖는다.

여당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는 한국당을 향해 패거리 정치를 한다며 진영논리를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지만 여권 또한 마찬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계에 등장하며 친문 세력이 형성됐고 문 대통령의 지지자를 일컫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친문카페, 與 지도부 비판 “조국처럼 싸워라”

친문이 주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당내 의원이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번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방어가 아닌 지적을 한 의원은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 폭탄 문자를 받는 등 원성을 샀다. 특히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며 일부 여권 극성 지지자들의 행보가 도를 넘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사퇴를 발표하자 인터넷 커뮤니티가 달아올랐다.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에는 “윤석열 검찰이 정치 검찰이라는 것을, 표적·과잉·불공정수사를 국민은 두 눈으로 봤다”며 “검찰 개혁은 문 대통령과 국민이 하겠다. 대한민국은 조 전 장관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팬카페인 ‘젠틀재인’의 한 네티즌은 “개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민주당에 몇 명이나 있는가”라며 “한국당은 계속 싸움을 걸어온다. 공격하는 사람은 없고 전부 수비만 하고 있다. 조국처럼 싸워 달라”고 적었다.

민주당에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당원게시판에도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권리당원은 “당 지지율이 내려가는 게 조국 잘못이냐”며 “검찰과 야당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당신들도 알거다. 조국을 지켜달라고 지지자들이 피 토하듯이 외칠 때 대체 뭘 했나. 여태까지 대통령 힘으로 지지율 고공행진 해왔으면 양심이 있어야 한다. 늦었다 생각 말고 이해찬 대표는 사퇴하라”고 적었다.

이들은 지도부뿐만 아니라 소신 발언을 한 금태섭·박용진 의원 등에게 탈당을 촉구했다. 한 권리당원은 “의견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있는 결사체가 정당”이라며 “금태섭 의원의 해당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저런 인사의 재선은 당과 정부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내부 총질자는 언젠간 분란을 일으킨다. 아웃 시켜라’, ‘내부 분열의 원흉’ 등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금 의원을 강제 출당시키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앞서 금 의원은 지난달 6일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조 전 장관의 SNS 발언을 언급하며 “후보자가 진심으로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8월30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편 들어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오버하지 말라”고 말했다.

극성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의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이 조 장관과 함께 검찰개혁을 끝까지 이루려 했지만 금 의원과 박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이 조 장관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못한 채 내부총질에만 나섰다며 비판한 것이다. 일부 유권자는 이들에게 다음 총선의 공천권을 주지 말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 앞서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아래의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수사를 시작하자 정치검찰은 물러가라며 몰아세웠다. 윤 총장 부임 당시 ‘누구보다도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이다’, ‘이제야 제대로 된 검찰이 되겠다’ 등 조 전 장관 수사로 호의적인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고 검찰개혁 목소리를 냈다. 윤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접대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 지지자와 조 전 장관의 지지자는 이참에 윤 총장과 가족의 과거도 조 전 장관처럼 털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극성 지지자들은 또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과의 인터뷰를 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엇갈린 보도를 한 KBS 기자들의 신상을 털며 폭언과 인신공격을 가했다. 도가 넘은 행동에 일부 네티즌은 극성 지지자들을 두고 ‘조극기부대’(조국+태극기부대)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지지자들 ‘당 말아먹은 친문’ 명단 작성

비문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극성 지지자들은 정치권에서는 유명한 ‘팬덤 정치’를 형성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6월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를 자처하며 당과 당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내부갈등과 분열을 만들고 확대시키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강성인 자신의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이 지사의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자 ‘전해철도 검증할 차례’, ‘민주당 말아먹은 친문’이라고 비난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지사를 향해 비판한 사람의 아이디를 블랙리스트라고 언급하며 ‘문빠’라고 지칭했다. 또 임종석·양정철·유시민·전해철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 말아먹은 친문’ 명단을 작성했다.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이 지사의 강성 지지자들은 시위를 하는 등 표현이 강하기 때문에 뜻을 같이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전하며 그들과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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