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와의 전쟁’ 선포하자”···연예계도 강경 대응 나서

설리. [사진=JTBC 제공]
설리. [사진=JTBC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악성 댓글(이하 악플)에 과도하게 시달리던 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25최진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후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악플러 처벌 강화현대판 인터넷 실명제등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 “악성 댓글로 인한 사망한목소리···정치권서 설리법도입 요구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321분경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의 전원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의 매니저는 설리가 숨지기 전날인 13일 오후 630분경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닿지 않자 집으로 찾아 갔다가 숨진 설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설리가 평소의 심경을 적은 자필 메모가 나왔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 동의를 받고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영장이 발부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외력이나 타살 혐의점 없음이라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국과수의 구두 소견, 외부 침입 흔적 등 다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청원 빗발

설리의 비보에 여론은 악플러와의 전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설리가 과도하게 악플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연예인이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 앞서 세상을 떠났던 만큼 악플에 대한 우려는 여러번 제기됐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지만 매번 유야무야됐다.

연예인이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따른 법적대응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고소도 힘든 실정이다.

특히 설리는 악플러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JTBC2 ‘악플의 밤에서 악플러를 고소했는데 동갑내기 명문대 재학생이더라. 취업이 힘든 전과자로 만들기가 그래서 선처해 줬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악플러들은 설리에게 지속적인 공격을 가했다. 소속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섰으나 빈도가 너무 높았다.

최근 여러 연예인들과 소속사들이 선처는 없다면서 악플러에게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대부분 악플러는 낮은 벌금을 받는 데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계 단체들, 누리꾼 사이에서는 악플러와 악플러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설리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등이 속한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더 이상 근거 없는 언어폭력(악플)으로 인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매협 회원 소속 연예인 보호 차원에서 초강경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매협은 지난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인터넷 바른말 사용하기캠페인을 펼쳤다. 이 캠페인의 하나로 선플 달기등의 운동을 했다. 그러나 단발성에 그쳤다.

설리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에는 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연매협 관계자는 사이버 테러에 관해, 사과와 반성으로 그치지 않고 언어폭력(악플), 악플러를 발본색원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의뢰 및 법적 조치와 정부에 질의 및 청원을 하겠다고 전했다. 악플, 악플러 근절 및 방지를 위한 사회적 활동도 병행할 방침이다.

누리꾼을 중심으로 현대판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지난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다가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5년 만에 폐지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설리를 죽음으로 몰아간 악플러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악플, 사이버 명예훼손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원 글이 속출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요청하는 청원인도 많았다. 한 청원인은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악성 댓글은 근절하고 타인의 인격권이 보호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플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정현 대안신당(가칭) 대변인은 설리의 죽음은 타살과 다름없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면을 쓴 채 수많은 악플러들은 그의 인격을 짓밟았다면서 설리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예인, 감정 소진 심한 직업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누리꾼들의 태도가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설리의 사망 이후에도 일부에서는 악플러들이 지속적인 악플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전 연인인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멤버 최자의 소셜미디어에도 악플이 상당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그런 모습을 설리가 봤다면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더 슬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설리의 사망 기사에도 악플이 달렸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은 감정 노동자다. 감정 소진이 심한 직업이라며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들에게 가하는 대중의 폭력성도 연예인들을 고립시키는 데 한몫한다. 특히 인터넷에서 집단으로 연예인을 매도하는 한국에서 그러한 경향이 짙다고 짚었다.

언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자극적이고 왜곡된 기사로 악플러들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것이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설리 사망과 관련한 구급활동 동향보고가 외부로 유출된 것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설리가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사망 일시, 장소 개요가 담긴 구급대 활동 동향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논란이 일었다.

이 밖에 주력 외신도 설리의 비보를 전하며, 설리를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인물로 평가했다. 외신들도 설리가 온라인 악성 댓글로부터 괴로움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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